해빙 녹아 북극곰과 일각고래는 진짜 '힘들어 죽는다'
해빙 녹아 북극곰과 일각고래는 진짜 '힘들어 죽는다'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1.02.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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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학명 Ursus maritimus)과 일각고래(학명 Monodon monoceros) 일부 개체의 생존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빙 감소로 생존을 위한 활동량이 늘어 과거에 비해 각각 4.3배, 3배 가량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가 심화하면서 해빙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979년 위성 측정이 시작된 이래 현재 해빙 면적은 40%, 해빙의 양은 70% 정도 감소했다.

앞서 캐나다 윈저대 연구진은 북극곰이 새 둥지를 찾아 알을 포식하는 장면을 포착한 바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런 행동은 해빙 감소와 연관이 크다.

새 알을 먹느라 북극곰 앞발이 노란색으로 변했다 (사진 유튜브 NSERCTube 캡처)/뉴스펭귄

최근 과학자들은 북극 해빙 감소로 인해 해양 포유류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졌고, 그중에서도 북극곰과 일각고래가 해빙 감소에 특히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과학 학술지 '저널 오브 익스피리먼털 바이올로지스트(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ist)'에 24일(현지시간) 게재된 선행연구 분석 논문에 따르면 해빙이 감소한 현재 북극곰과 일각고래 일부 개체가 생존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크게 늘어난 추세를 보인다. 

북극곰이 가장 선호하는 먹이는 고리무늬물범(학명 Pusa hispida)과 턱수염물범(학명 Erignathus barbatus)으로, 연구진 집계에 따르면 북극곰 암컷 한 마리가 성체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 한 마리를 (먹이로) 섭취했을 때 각각 11.7일, 60.1일 동안 대사량을 보전할 수 있다. 북극곰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해빙 위 물개, 물범류가 숨구멍으로 쓰는 곳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먹이를 찾는다.

하지만 해빙이 줄어들자 숨구멍 수가 감소하고 생성 양상이 변하면서, 북극곰은 다른 먹이를 찾아 더 멀리 이동하거나, 먹이를 못 구해 때로 굶어 죽기도 한다.  실제 북극곰이 대체할 먹이를 찾아 북극 육지에서 활동하는 일수가 1990년대에 비해 2000년에 30일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 먹이 중 하나인 순록을 잡으려면 해빙으로 이뤄진 북극 대륙에서 북극해를 건너 육지인 알래스카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런 노고를 제외하더라도 성체 고리무늬물범 한 마리를 섭취하는 것과 비슷한 필요 영양분을 공급받으려면 순록 1.5마리를 먹어야 한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고리무늬물범 한 마리와 동일한 영양분을 얻으려면 어류 북극곤들매기(학명 Salvelinus alpinus) 37 마리, 조류 흰기러기(학명 Chen caerulescens) 74마리, 흰기러기 알 216 개, 육지에 자생하는 식물 검은시로미(학명 Empetrum nigrum) 열매 300만 개를 먹어야 한다.

북극곰이 먹이로 선호하는 고리무늬물범 (사진 NOAA)/뉴스펭귄
북극곰이 먹이로 선호하는 고리무늬물범 (사진 NOAA)/뉴스펭귄

만약 순록을 더 많이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북극해를 건너느라 쓴 에너지를 다시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북극곰은 수영을 잘 하는 편이지만 헤엄칠 때 체내 에너지 효율은 나쁜 편이라 신체적으로 장거리 수영에 적합하지 않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장거리 수영을 하고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려면 해빙 위에서 걸어 다니면서 사냥할 때와 비교해 최소 4.3배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일각고래도 기후위기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고래는 해양포유류로 육지에 한 번 올라와 산소를 흡입한 뒤 혈액에 많은 산소를 저장하고 깊은 곳까지 잠수하는 능력을 발달시켰다. 깊은 바다에서도 먹이를 사냥하는 일각고래에게 해빙 위 숨구멍으로 올라와 산소를 보충하는 일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해빙이 감소하고 숨구멍의 발생 양상이 변화하면서 산소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기후위기 상황에서 일각고래의 천적인 범고래가 다른 포식자 개체수가 줄면서 오히려 개체수를 회복하는 추세를 보이자 일각고래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유전, 천연가스 채굴지 개발 등으로 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공사나 시설 소음이 일각고래의 생존 능력을 교란하면서 장기간 의미 없이 하강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런 이상행동으로 인해 일각고래가 한 번 먹이를 찾으러 바다 속으로 뛰어들 때 3배 가량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해빙 감소가 북극곰과 일각고래의 생존 문제 만이 아니라, 북극 전체 생태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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