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호 범람 위기' 페루 농민, 독일 전력사에 기후소송

  • 임병선 기자
  • 2021.02.08 08:00
빙하호 범람 위험이 큰 팔카코차 호수 (사진 Archiv des Institutes fuer Geographie der Universitaet Innsbruck)/뉴스펭귄

페루의 한 농민이 빙하 호수 범람의 책임 일부를 독일 전력 발전사에 제기했다. 

1941년 페루 도시 후아라즈(Huaraz)에 호수가 범람해 마을 3분의 1이 피해를 입고 최소 18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범람 원인은 안데스 산맥 만년설이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해 녹으면서 수천 개 빙하호를 형성하고, 때로 산사태를 일으키면서 빙하 호수의 물을 흘러 넘치게 하는 일명 '빙하호 범람(Glacier lake Outburst flood)'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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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2만 명 정도의 후아라즈 주민들은 2021년인 지금까지도 계속 범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위기가 지속되면서 후아라즈 인근 팔카코차(Palcacocha) 빙하호 범람 위험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아라즈에서 농사를 짓고 지역 가이드로 일하는 사울 루시아노 리우야(Saul Luciano Lliuya)는 독일 환경 전문 변호사 로다 베하이옌(Roda Verheyen)과 함께 빙하호 범람 위기를 유발했다며 독일 전기 발전사 RWE를 상대로 독일 법원에 기후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RWE가 화석연료를 연소시키는 거대 온실가스 배출원이기 때문에 빙하호 범람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홍수 예방에 쓸 2만 유로(한화 약 2700만 원)를 요구했다.

2만 유로는 팔카코차 호수의 배수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추는 데 필요한 총비용의 0.47%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 CDP가 내놓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 보고서에 따라 1988년부터 2015년까지 RWE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한 정도와 같다.

동일한 자료에 따라 같은 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41위, 유럽에서는 1위를 기록한 RWE 측은 한 회사에만 기후위기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2016년 독일 에센 지방법원은 소송을 기각해 RWE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베하이옌은 포기하지 않고 항소했다. 2017년 독일 함 고등 지방법원은 원고의 주장이 근거가 있어 추가 증거를 수집한 뒤 최종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결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팔카코차 호수 범람 유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리우야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미국 옥스퍼드대 워싱턴대 등 연구진은 위성사진, 안데스 산맥 지역 기온 추이 등을 토대로 빙하호 범람 원인을 예측한 내용을 담아 '인간이 유발한 만년설 후퇴로 인해 팔카코차 호수의 범람 위험을 높였다'는 제목의 논문을 최근 발간된 지구 과학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월호에 게재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우리의 인식 수준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척도다. 지구 기온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지구가 달아오르는 것을 온난화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저 봄날 아지랑이 정도로 여기게 된다. 

이에 뉴스펭귄은 앞으로 모든 기사에서,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대신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기온 상승의 속도에 비해 지나치게 한가하고 안이한 용어이며 따라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급박한 지구 기온 상승에 맞게 지구가열화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특히 환경부), 기업체, 언론 등에서도 지구온난화 대신 지구가열화를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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