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보호하려다'... 다른 멸종위기종들이 궁지에 몰렸다

  • 홍수현 기자
  • 2021.01.07 13:57
중국 남서부 자이언트판다 보호구역의 무인카메라에 찍힌 판다 모습 (사진 미시간주립대 Fang Wang)/뉴스펭귄

판다 서식지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행위가 결국 다른 멸종위기종들에 해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리우지안궈(Jianguo Liu)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중국 푸단대와 함께 '판다에게만 적합한 서식지 활동 조성에 힘쓴 결과, 일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파괴됐다'는 연구결과를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판다는 세계자연기금(WWF)의 마스코트이자 대표적 멸종위기종이다. 중국은 판다를 국보로 지정해 정성껏 돌보고 있는데, 특히 지난 2003년부터는 자연보호구역으로 67곳을 묶어 벌목을 금지하는 등 다양한 대책으로 자이언트판다를 보전하기 위해 애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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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판다는 넓은 영역에 걸쳐 살 뿐 아니라 종을 보전할 경우 그 영역 안에 사는 다른 동물들도 함께 보호받는다 하여 일명 '우산종'이라 불린다. 실제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점박이올빼미를 보전해 올빼미와 같은 숲에 살고 있던 멸종위기 도롱뇽과 연체동물도 지킨 성공 사례도 있다. 

연구팀은 자이언트판다가 우산종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에 나섰다. 중국이 자이언트판다 서식지로 묶어놓은 곳에는 판다 외에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산양과 비슷한 시로, 소과의 대형 발굽 동물인 타킨 등 다양한 세계적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판다 보호구역 무인카메라에 찍힌 멸종위기종 사향노루 (사진 미시간주립대 Fang Wang)/뉴스펭귄

연구팀은 보호구역 내·외부에 카메라 556대를 설치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분포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판다와 다른 멸종위기종은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보호구역 내 판다 서식지는 20% 늘어난 반면 반달가슴곰은 서식지의 23%를 잃었다. 사향노루는 먹이가 없어 서식지의 7%를 잃었고 중국산양도 보호구역 밖으로 상당수 밀려난 것으로 파악됐다. 

특이한 점은 보호구역이 더 잘 정비된 곳임에도, 보호구역 안에서는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의 서식지가 줄었지만 보호구역 밖에서는 서식지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사진은 본문과 상관이 없습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뉴스펭귄

이는 판다의 까다로운 성향에서 비롯됐다. 판다는 사람이 출몰하지 않는 완만한 경사 지대를 선호하며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는데 이런 곳은 대부분 오래된 고지대의 침엽수와 활엽수의 혼합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판다 보호구역도 대부분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된다.

반면 반달가슴곰과 사향노루는 저지대의 활엽수림과 관목림을 좋아한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보호구역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고 밀렵꾼은 이 틈을 놓치지 않는다. 

게다가 보호구역 밖은 밀렵꾼뿐만 아니라 관광을 위한 도로정비 및 건설로 인한 사고도 잦고 가축과 먹이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생존율은 더 떨어진다. 

이번 연구를 이끈 왕팡(Fang Wang) 교수는 "중국이 자이언트판다 자연 보호 구역을 지정해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우리는 판다 한 종의 습성에만 맞춰진 보호구역 선정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진 IUCN)/뉴스펭귄

실제 자이언트판다는 중국의 강력한 보호 정책 덕분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지 26년 만인 지난 2016년 '취약(VU, Vulnerable)으로 한 단계 내려갔다.  

교수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오직 단일 종을 보호하는 차원을 떠나, 동물 공동체와 생태계를 보호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언트판다 보호구역에서 찍힌 반달가슴곰 (사진 미시간주립대 Fang Wang)/뉴스펭귄

연구팀은 해결책 중 하나로 '반달가슴곰'을 또 다른 우산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들은 "반달가슴곰은 서식 범위가 넓고 잡식성이며 사람에게 그렇게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우산종으로서 생태계를 대표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판다만을 위한 보호 정책이 다른 동물의 멸종위기를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북경대학교 생물학자, 중국 임업관리국 관계자 등 연구진이 생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판다 보호구역 지정 이후 표범, 설표 등 대형 육식동물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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