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생활용품 속 팜유는 '멸종의 방아쇠' 대안은 없을까?

  • 임병선 기자
  • 2020.12.17 11:51
팜유 때문에 멸종 위협에 시달리는 보르네오오랑우탄 새끼 (사진 Malene - 위키미디어 커먼스)/뉴스펭귄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든 팜유가 멸종위기종을 위협하고 있다. 대안은 없을까.

팜유는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기름야자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으로 각종 가공 식품에 활용된다. 라면, 과자, 초콜릿 등 유지가 들어간 가공식품이라면 대부분 팜유가 빠지지 않는다. 비누, 세탁세제 등 일부 생활용품에도 사용된다.

전 세계 팜유 생산량은 1980년 450만t이었지만 2019년에는 7200만t에 달했다. 팜유는 모든 식물성 기름 생산량 중 약 35%를 차지한다. 팜유는 유통 과정에서 산패될 우려가 낮고, 수급이 안정적인데다 튀김 음식에 적합해 가공 식품의 발달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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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제품에 팜유가 함유됐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위성에서 촬영한 인도네시아 기름야자 경작지 (사진 유럽우주국)/뉴스펭귄

팜유 주요 생산국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콜롬비아 등인데 생산자들은 늘어난 팜유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더 많은 열대우림을 개간해 팜유 원료인 기름야자 경작지로 만들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하 IUCN)이 2018년 6월 발표한 '팜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팜유 생산국에서 열대우림에 사는 침팬지, 솜털머리타마린, 나무캥거루, 아프리카숲코끼리, 수마트라호랑이 등 심각한 멸종위기종이 팜유로 인한 멸종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영토인 섬 보르네오에서는 삼림 벌채 50%가 기름야자 경작지 개발과 연관됐으며 보르네오오랑우탄이 직격탄을 맞았다.

열대우림을 경작지로 개간하는 것은 야생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열대우림이 기름야자 농장으로 대체되면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져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

팜유의 원료 기름야자 (사진 Pixabay)/뉴스펭귄

아직까지 팜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은 없다. 팜유만큼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대체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유채씨유,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다른 식용유를 팜유 대신 사용하면 되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근본적 대책이 되지 못한다.  

IUCN은 기름야자 경작 시 열대우림을 해치지 않고,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속 가능한 팜유' 개념을 제시한다.

단체는 팜유가 오히려 유채씨유, 해바라기씨유, 콩기름보다 토지 사용률이 훨씬 낮다고 설명한다.

실제 팜유는 식물성 기름 생산량 중 35%를 점유하지만, 팜유를 생산하는 토지 면적은 모든 식물성 기름 생산지의 10%만 차지한다. 팜유 1t을 생산하는 데 토지 2600㎡가 필요한 반면 유채씨유는 1만2500㎡, 해바라기씨유는 1만4300㎡, 콩기름은 2만㎡다. 

IUCN 사무총장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은 "세계 인구 절반이 팜유를 식품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금지하거나 불매한다면 팜유보다 토지 파괴 잠재력이 높은 다른 기름이 재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바라기밭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미국 스타트업 C16바이오사이언시스(C16 Biosciences)는 효모를 이용해 양조하는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와 산업에서 발생한 부산물을 팜유와 비슷한 화학적 구성을 가진 물질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팜유 대체 합성유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매우 저렴한 팜유를 가격 경쟁력 면에서 앞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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