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사진 찍으러 왔는데요. 곧 멸종될지도 몰라서요"
"증명사진 찍으러 왔는데요. 곧 멸종될지도 몰라서요"
  • 임병선 기자
  • 승인 2020.11.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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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물 전문 사진작가의 '새 증명사진'이 눈에 띈다.

다섯 권의 동물 사진집을 내고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나가는 동물 전문 프로 사진작가 팀 플래치(Tim Flach)의 관심사는 동물, 멸종위기종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새들이 마치 증명사진을 찍듯 정면을 빤히 바라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여러 장 게시돼 있다. 

플래치가 촬영한 조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이다. 굵고 진하게 표시된 부분은 플래치의 생각이고 이후는 편집자의 사족이다.

"잉카제비갈매기(Inca Tern)는 내게 조류계 살바도르 달리다. 수염이 길 수록 면역력이 높아 수염은 짝짓기 매력을 나타내는 요소다"

잉카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준위협(NT, NearThreatened)종으로 분류됐다. 부리 양옆으로 시원하고 길게 휘어진 수염이 매력적인 녀석이다. 

 

"호주에서 온 호금조(Gouldian FInch)가 촬영 도중, 횃대 대신 자꾸 내 손에 앉았다"

호금조는 IUCN 적색목록에 취약(VU, Vulnerable)종으로 분류됐다. 요즘 유행하는 TV 광고 모델로 데뷔해도 될 것 같다. 컬러풀하고 진한 털 색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슈빌(Shoebill)은 대부분 시간을 먹이를 찾는 데 보낸다"

슈빌은 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으로 분류됐다. 어찌보면 다소 심술궂게 생긴 것도 같지만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긴 걸로 판단해서는 안 되니까. 

 

"북부홍관조(Northern Cardinal)는 앵그리버드처럼 직선으로 쭉 난다"

오..."제발 딱 한 번만 머리 만져봐도 돼?"라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부리로 딱 한 번 쪼이고 아파서 울 것 같다. 

 

"토코 투칸(Toco Toucan)의 부리는 매우 크며 체열을 조절하는 데 쓴다. 잘 때는 날개에 숨겨 열 손실을 막는다"

S사가 좋아할 광고 모델이 또 나왔다. 그네들은 이런 진하고 강렬한 색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멸종위기종 보호 콘셉트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긴꼬리넓적부리새(Long-tailed Broadbill)를 보면 전투기 조종사가 떠오른다. 히말라야에서 동남아시아까지 발견된다"

플래치는 '전투기 조종사'가 떠올랐다고 했다. 꽤 낭만적이다. 한국 정서로 단발은 '최양락' 님이다.  

 

"푸른박새(Blue tit)"

자연스러운 그라데이션이 인상적이다. 인간이 아무리 색 조합을 하고 꾸며대도 결코 자연의 색은 따라가지 못하리라.

 

"수염오목눈이(Beared tit)는 갈대밭에서 1년 내내 산다"

기자가 녀석을 마지막에 넣은 데는 이유가 있었을 거란 추측이다. (참고로 기자와 편집자는 다른이다) '수염오목눈이' 우리말로 번안해 이름을 붙여 준 분께 찬사를 보낸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