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피어난 사랑?' 몽구스는 다 계획이 있구나

  • 임병선 기자
  • 2020.11.15 08:00

암컷 줄무늬몽구스가 자신의 무리와 다른 무리 간 싸움을 일으킨 뒤 '혼란을 틈타' 짝짓기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 비장한 자태를 보시라.

엄숙한 표정과 바짝 곤두선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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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무리는 금방이라도 상대편을 덮칠 듯 대열을 갖추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몽구스들의 모습은 마치 디즈니 마블 스튜디오 영화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속 대격돌을 앞두고 있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사진 Dave Seager)/뉴스펭귄
(사진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공식 트레일러)/뉴스펭귄

사회적 동물이 다른 무리끼리 싸우는 행위를 연구해 온 영국 엑서터대학교 동물학자 마이클 캔트(Michael Cant)는 "나는 줄무늬몽구스들이 싸우는 걸 '몽구스 전쟁'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몽구스 전쟁'이 발발하는 이유가 한 무리의 암컷이 자신의 무리를 떠나 다른 무리의 수컷과 짝짓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사실 자신의 종족 보존을 위한 행동이다.

(사진 Dave Seager)/뉴스펭귄

캔트와 영국 캠브리지대 동물학자 등 연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회보(PNAS)에 '몽구스 전쟁' 원인을 연구하고 이를  다른 사회적 포유류의 전투 원인과 비교, 분석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줄무늬몽구스는 일반적으로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항상 함께 다닌다.  

내부 결속력은 굉장히 강한 편이지만 다른 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성향이 강해 다른 무리가 다가오는 것은 반기지 않는다. 

누구보다 이런 습성을 잘 아는 암컷 줄무늬몽구스가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른 무리 근처로 접근할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백발백중 싸움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암컷 줄구늬몽구스가 다른 무리에 접근할 때 특정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때는 바로 '발정'이 났거나 '가임기'에 들어선 암컷이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전쟁이 시작되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서로 다른 무리의 암컷과 수컷의 짝짓기가 시작된다. 

연구진은 이런 '혼란 도중 다른 무리와 짝짓기' 행위는 줄무늬몽구스의 한 집단 내 장기간 근친 교배를 막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DNA 분석 결과 한 무리 내 새끼 중 20%는 다른 무리 수컷의 유전자가 섞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말한 줄무늬몽구스 특유의 배타적 성향 탓에 그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무리 내에서 짝짓기 상대를 찾는다. 한 무리 안에서만 교배하게 되면 대를 넘어갈수록 근친 교배의 확률이 높아진다. 

장기간에 걸친 근친교배는 번식 능력을 저하시키거나 유전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등 종족 보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전쟁을 틈타 다른 무리의 줄무늬몽구스와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긴장된 순간 도중, 0:13에 다른 무리 간 짝짓기가 이뤄진다

한편 고릴라, 인간 등 대부분 사회적 동물의 집단 간 전투는 무리 내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수컷이 유발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줄무늬몽구스처럼 암컷이 싸움을 일으키는 사례는 드물다. 

연구진은 암컷 줄무늬몽구스가 자신의 무리를 떨쳐내기 위해 싸움을 유발하거나 혼자 다른 무리를 찾아가려다 천적에 의해 잡아먹힐 우려가 있어 무리를 대동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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