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세상 마지막 달팽이 '조지'를 죽였나

  • 권오경 기자
  • 2019.02.20 11:15

전세계 하나 남은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인간이 들여온 외래종과 기후변화에 멸종
일반 달팽이도 10년 안에 멸종위기 경고

전 세계에서 딱 한 마리 남았던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조지' (사진 하와이 토지자연보호부 데이빗 시스코)/뉴스펭귄

전 세계에서 딱 한 마리 남은 달팽이의 죽음으로 또 하나의 생물 종이 지구에서 완전 멸종됐다. 

미국 ‘하와이 토지자연보호부(DNLR)’는 지구상 최후의 한 마리였던 하와이안 나무달팽이(학명 Achatinella apexfulva) ’조지‘가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하와이안 나무달팽이는 하와이군도의 오아후섬 숲에 사는 고유종이다. 이 달팽이 종은 19세기까지만 해도 하루에 1만마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많은 개체 수를 자랑했다. 그러나 육식성 외래종의 유입, 기후변화,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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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외래종 늑대달팽이(Euglandina rosea)의 유입으로 적어도 하와이의 토착종 달팽이가 1/3 쯤 멸종됐다. 

애초 늑대달팽이는 또다른 외래종 아프리카 랜드달팽이(Achatina fulica)를 퇴치하기 위해 1955년 중앙아메리카에서 들여왔으나 의도와 달리 토착종 달팽이들까지 잡아먹었다.

기후변화도 멸종 원인에 한몫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산지대 피난처에 살아남은 나무 달팽이가 외래종의 사정권에 놓이게 된 것이다. 다른 달팽이 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와이의 여러 섬에 아직 남아 있는 달팽이는 현재 높은 산의 능선이나 골짜기의 좁은 지역에서 근근이 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달팽이 종을 멸종위기로 몰아놓은 또 하나의 원인은 인간의 남획이다. 20세기 초반 유럽인 사이에서 ‘달팽이 모으기’가 인기를 끌었다. 이들이 하와이에 사는 달팽이를 무차별적으로 잡으면서 개체 수가 줄고, 일부 종이 멸종되기에 이르렀다. 

하와이안 달팽이 멸종 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생물학자 데이빗 시스코는 “이 같은 이유로 1997년에는 하와이안 나무달팽이가 오직 10마리만 남게 됐다”며 “이 10만마리를 사육시설로 데려와 번식시켰고, 조지와 다른 새끼 달팽이를 낳았지만 불행히 조지를 제외한 다른 달팽이들은 오래 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멸종위기종의 보금자리로 꼽히는 하와이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생물 종이 멸종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이 속도가 지속된다면 이곳 나무 달팽이는 물론 일반 달팽이까지 10년 안에 전부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조지' (사진 '데이빗 시스코')/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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