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발칵 뒤집은 탈출 천재 곰 '빠삐용'

  • 임병선 기자
  • 2020.10.11 08:00
불곰 M49, 일명 빠삐용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불곰 한 마리의 천재적인 탈출로 논란이 촉발되며 이탈리아가 떠들썩하다. 

이탈리아 보호구역을 탈출한 불곰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42일 만에 당국에 의해 포획됐다. 당국이 건강 상태를 검사한 결과, 몸무게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모두 정상이었다.

'M49'라는 개체명이 부여된 이 곰은 이미 같은 곳을 탈출한 전력이 있다. M49의 재탈출은 이탈리아를 발칵 뒤집었고, 야생 곰을 둘러싼 논란에 불을 다시 지피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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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야생 곰의 출현은 트렌티노(Trentino) 지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불곰을 복원한 데서 출발했다. 트렌티노에는 원래 불곰이 널리 서식했으나, 곰이 가축을 잡아먹는 등 민가에 피해를 입히자 주민들이 거의 모든 개체를 사냥했다. 1998년에는 단 4마리만이 남은 상태였다. 

이에 정부 지원으로 야생 곰 복원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우르서스(Project Ursus)'가 실행됐다. 불곰은 약 100마리로 늘었으며 야생에서 개체수를 늘려 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북동부 산지인 트렌티노 지역에서 태어나 서식하던 M49는 인근 지역 인간 거주지에 접근해 방목 중인 가축을 공격했다가 지난해 7월 붙잡혔고, 트렌티노 지역 내에 위치한 카스텔러(Casteller) 보호구역에 갇혔다. 보호구역은 약 7000v 전압의 전기 울타리로 격리됐으며 넓이는 9000㎡에 달한다.

카스텔러 보호구역의 울타리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M49는 포획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보호구역을 탈출했다. 이 곰은 이때 '탈출의 귀재', 혹은 '천재 곰'이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빠삐용(Papillon)'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M49가 탈출한 뒤 지난해 7월 16일 감시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트렌티노 내에 있는 도시인 트렌트 지방정부는 이 천재 곰을 추적하기에 나섰다. M49는 약 9개월 간 추적을 피하다가 올해 4월에서야 기다란 관 형태 덫을 활용한 당국에 의해 포획됐다. 당국은 곰이 전기 울타리를 어떻게 피할 수 있었는지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들은 M49가 전기 울타리를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탈출 당시 추적 과정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당국은 포획 후 M49의 공격성을 줄이겠다며 거세했으나 M49는 올해 7월 또 다시 탈출에 성공했다. 일부 이탈리아인들은 곰의 탈출을 응원하고 일부는 우려를 제기하는 등 여론이 나뉘었다.

M49의 비범함은 트렌트 당국이 올해 7월 탈출 당시 공개한 정보에서 드러난다. 사진을 보면 전기 울타리 외에 2차 탈출 방지 장치로 설치됐던 장벽이 뜯겨나갔다. 게다가 M49는 며칠 뒤 당국이 부착한 위치 추적 장치가 달린 목줄을 끊기까지 했다. 그는 이후 행방이 묘연해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뜯겨 나간 2차 울타리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당국은 덫으로 M49를 유인해 포획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M49의 거취와 야생 불곰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M49 외에도 야생 불곰들이 가축을 공격하거나 잡아먹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포획된 M49 (사진 트렌트 지방정부)/뉴스펭귄

2012년과 2014년, 2017년 각각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하려 했던 불곰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야생 불곰으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보전하지만,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M49도 야생으로 돌려놓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프로젝트 우르서스를 주관한 불곰 보전단체 라이프 우르서스(Life Ursus) 측과 야생동물보호단체 WWF(세계자연기금) 등은 곰이 야생에 존재하는 것이 원래 이 지역 생태계 일반적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방사를 촉구했다. 

M49를 두고 방사를 권고하는 이탈리아 환경부와 포획을 유지하겠다는 트렌트 당국 측의 의견이 상반되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환경부 측은 트렌트 지방정부가 결정권을 가진 만큼, 방사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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