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놔!' 로봇에 포착된 새끼 강탈하는 수컷 해달

  • 임병선 기자
  • 2020.09.27 08:00
(사진 미국 남서태평양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 flickr)/뉴스펭귄

첨단 로봇 스파이가 전해온 해달 생활상은 수컷의 포악함을 보여준다.

수컷 해달이 새끼를 납치하려는 장면이 '스파이 로봇 해달'에 의해 영상에 담겼다. 미국 영상 제작사 존 다우너 프로덕션(John Downer Productions)은 로봇 해달과 로봇 수리로 포착한 해달 생활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 속 스파이 역할을 맡은 로봇 해달 양쪽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머리도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로봇은 해달과 비슷한 모양새를 가진 데다 꼬리를 계속 움직여 해달 무리에 의심 없이 녹아든다. 이 스파이가 보내온 영상은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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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품에 안고 평온하게 물 위를 떠다니는 해달 암컷이 등장한다. 그때 갑작스럽게 수컷 해달이 나타나 어미가 안고 있던 새끼를 노린다.

수컷은 손을 뻗어 새끼를 낚아채려 하더니 이내 새끼 얼굴을 공격한다. 어미가 저항하자 어미 얼굴도 문다. 이런 행동은 무리 내 지배적인 수컷이 새끼를 인질로 삼아 어미와 짝짓기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사진 Mike's Birds - flickr)/뉴스펭귄

다행히 영상 속 암컷 해달은 새끼와 함께 수컷 해달을 따돌리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수컷 해달이 보여주는 폭력적 행동은 논문에도 기록됐다. 캘리포니아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연구자 헤더 해리스(Heather S. Harris) 연구진은 수컷 해달이 짝짓기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암컷을 상처 입힌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2010년 과학지 '아쿠아틱 마멀스(Aquatic Mammals)'에 게재했다.

수컷 해달의 폭력성은 같은 종 대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같은 연구진은 짝짓기 경쟁에서 밀린 수컷 해달이 새끼 물개를 납치해 강제로 교미하는 모습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만(Monterey Bay)에서 관찰했다. 이들은 새끼 물개가 강제로 교미를 당해 항문과 성기에 남은 상처로 인해 죽은 모습도 앞서 언급한 논문에 함께 수록했다. 

(사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뉴스펭귄

연구진은 수컷 해달의 이런 행동을 해달 서식지 내 성비 불균형과 수컷 간 강하게 드러나는 수직적 관계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관찰이 이뤄졌을 당시 몬터레이만에서는 암컷 해달이 원인불명으로 여럿 죽으면서 수컷 해달이 과도하게 많아진 상태였다. 

수컷 해달들은 크기와 연령에 따라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약한 수컷일수록 짝짓기 기회에 제한을 받는다. 이에 짝짓기가 어려운 낮은 서열 해달이 인근에 서식하는 다른 종에 접근해 강제 교미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사진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뉴스펭귄

존 다우너 프로덕션은 새끼를 납치하려는 수컷 해달 외에도 빙하가 바다로 추락하면서 발생하는 대형 파도에 대처하는 해달들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에서 해달 무리는 파도가 다가오자 수초 한 덩어리에 매달려 흩어지지 않게 한다. 이 제작사가 포착한 영상은 유튜브와 BBC 다큐멘터리 '야생의 스파이(Spy in the Wild)'를 통해 공개됐다.

한편 해달은 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종으로 분류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털을 노린 남획이 주요 멸종 위협 요인이다.

(사진 ajburcar - flickr)/뉴스펭귄
해달은 IUCN 적색목록에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사진 IUCN)/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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