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외래종' 딩고가 호주 생태계에 가져온 긍정적 변화

  • 권오경 기자
  • 2019.04.29 12:50

‘대식가’ 들고양이에 대한 강력한 포식 압력... 토끼ㆍ쥐 개체 수 유지 효과

호주에서 ‘골칫덩이’ 취급을 받던 딩고가 오히려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에서 ‘골칫덩이’ 취급을 받던 딩고가 오히려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딩고는 3500∼5000년 전 원주민이 데려온 야생개로, 호주의 최초 외래종이다. 호주중앙정부는 1999년 딩고를 1400년 이전부터 살았던 자생종이라며 보호동물로 지정했지만 지역 당국에 따라 유럽인의 목장에서 가축을 노리는 유해동물로 지정한 곳도 있다. 1880년대 농민들은 호주 남동부의 목장을 지키려 길이 5614㎞의 세계에서 가장 긴 울타리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저널 ‘생태계’는 딩고가 오히려 또다른 외래종의 포식을 막아 토착종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는 스웨덴 및 호주 연구팀의 연구 내용을 최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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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농업과학대 연구팀은 2011∼2017년 동안 주기적으로 울타리 양쪽에서 딩고와 들고양이의 배설물을 찾아 분석하고 야간에 조명을 이용해 개체 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딩고의 배설물에서 1% 비율로 들고양이 부위를 찾아냈고, 딩고가 호주 내 최상위 포식자로서 들고양이에 강력한 포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들고양이의 개체 수는 최근 급증해 210만∼630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들이 매일 잡아먹는 야생동물은 토종 앵무인 코카투를 포함해 조류 100만마리, 도마뱀 등 파충류 200만마리 등에 이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들고양이 한 마리의 위장에서 도마뱀 40마리가 나오기도 했다.

벤자민 페이트 스웨덴 농업과학대 생태학자는 "흥미로운 점은 울타리 안에선 다른 먹잇감에 따라 들고양이의 개체 수 변화가 달라졌지만 울타리 밖에선 들고양이에 대한 딩고의 포식 압력이 더욱 뚜렷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울타리 내의 다른 먹이 동물인 토끼와 쥐의 개체 수가 풍부하면 들고양이 수가 늘고, 먹이 수가 줄면 감소하는 현상을 포착했다. 그러나 울타리 밖에서는 다른 먹잇감이 풍부해도 들고양이의 수가 늘지 않았다. 2015년부터 들고양이가 울타리 밖에서 사실상 사라졌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들은 “들고양이가 급격히 준 것은 딩고와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라면서 “딩고가 직접 들고양이를 잡아먹거나 서식지에서 쫓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두 포식자의 주요 먹이인 토끼와 토종 쥐는 모두 모래언덕에 굴을 파고 살아가는데, 이곳에서 딩고와 들고양이는 만날 수밖에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울타리 밖의 먹이 자원이 울타리 안보다 10배 많은데도 불구하고 들고양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연구팀은 “딩고는 들고양이뿐 아니라 외래종 여우, 야생화한 돼지, 염소 등을 제거하고 캥거루가 과다 번식하는 것을 억제한다”며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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