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곳곳서 풍력발전...멸종위기 산양 갈곳 잃어

  • 박소희 기자
  • 2019.04.16 17:59

영양제2풍력 반대측, 산양 서식지 증명하는 사진 공개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전면 백지화"

지난 11일 영양제2풍력 사업 예정지 일대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산양. 산양은 환경부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영양제2풍력 반대위 제공)

 

'민주적 에너지' 대안으로 내세운 재생에너지사업이 대규모로 추진되며 또 다시 지역주민과 서식동물들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 

영양제2풍력 반대공동대책위원회는 “무분별한 대규모 풍력사업으로 영양의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은 산들이 지난 10년간 황폐해지고 있다”며 영양제2풍력사업 예정지 일대가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임을 증명하는 사진을 16일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은 지난 11일 영양제2풍력 사업 예정지 일대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의해 촬영됐다. 사진 속 진회색 산양은 바위 아래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무인카메라는 그간 사업자측에 유리하게 적용된 환경영향평가의 부실함을 드러내고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임을 증명하기 위해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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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위는 “영양제2풍력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작성한 업체가 AWP풍력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조작한 업체”라며 환경부에 영양제2풍력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했다. 

그동안 영양지역에 산양을 포함해 담비(멸종위기종2급), 삵(멸종위기종2급), 참매(천연기념물323-1, 멸종위기종2급),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324-2호, 멸종위기종2급), 하늘다람쥐(멸종위기종2급), 검독수리(천연기념물243-2호, 멸종위기종1급)등 다양한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증언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생태조사서도 확인됐다.

특히 산양은 환경부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또한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보호대상 목록인 적색보호목록에 올라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 제출한 영양제2풍력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멸종위기종인 산양 보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른 멸종위기종에 대해서도 "주변지역으로의 이주와 생활권 재형성이 예상되므로 별도의 저감대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적시하고 있다. 

영양은 현재 4곳에서 풍력발전이 가동중이다. 이중 이미 2곳의 단지를 운영하는 GS가 새롭게 추진하는 영양제2풍력사업 예정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현재 환경부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사업자가 발주하는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자 입맛에 맞게 작성되기 쉽다는 것은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다. 기준에 적합하다고 인·허가된 풍력단지 내 주민피해가 속출하는 것도 민간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힘든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에 정부는 평가대행업체 선정을 제3의 공인기관에 맡기는 ‘평가비공탁제도’ 도입을 약속했으나 함흥차사다. 

무분별한 풍력사업저지 풍력입지 기준마련 범주민대책위원회 송재웅 사무차장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밀집한 영양에서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고립되고 있다”며 “주민의 삶과 자연까지 고려하는 풍력 입지 기준을 마련하기 전까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분별한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인·허가권이 지자자체에 있는 만큼 “영양군에 의지가 있다면 영양제2풍력 사업 중단은 사실상 간단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바람, 물, 태양 등 자연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중앙집중형 에너지 구조를 지역 자립형 에너지 구조로 전환하려는 취지가 크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이나 치명적으로 위험한 핵발전의 대안으로 꼽히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사실상 풍력발전의 경우 산능선에서 GS, 한화, SK 등 대기업의 주도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경북 영양군, 영덕군 등 경북 지역 곳곳에서 풍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주민, 사업자,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크다. 

송 사무차장은 “지역 상생, 주민참여 등 민주적 에너지 대안으로 내놓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대규모 토건 사업의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과 다른 생명체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폭력적인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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