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몰디브'에서 '인생샷' 찍고 싶나요?

  • 조혜빈 인턴기자
  • 2019.07.16 07:30

에머랄드빛 호수의 정체는 40년간 석탄재 식힌 물 흘려보낸 인공연못
'환경재앙'이 인스타 명소로...알레르기 반응 등 경고 불구 방문객 이어져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인생샷’ 인증장소로 뜨는 곳 중 하나가 ‘시베리아의 몰디브’로 불리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Nobosibirsk)의 호수다. 지난 5월초 한 두 사람이 올렸던 사진에 팔로우가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가 튜브를 타고, 작은 카약 위에서 노를 잡고, 또는 폐목재에 앉아 한껏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경쟁적으로 그 사진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흡족해 한다.

 

인스타그램의 인생샷에 ‘찍힌’ 호수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에머랄드빛에서부터 짙은 코발트에 이르기까지 찍은 시각과 날씨 상태 등에 따라 호수는 환상적이기까지 한 모습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특히 하얀 뭉개구름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이 호수의 옥빛 물결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 풍경은 ‘달력사진’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환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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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호수는 이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한 석탄재를 처리하기 위해 발전회사가 만든 인공연못이다. 크기는130헥타르(1.3). 지난해 8월 러시아 1위의 석탄·에너지 회사 SUEK에 넘어간 발전회사 SGK가 1979년에 조성했다.

SGK는 석탄재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발전소와 곧바로 연결된 이 호수를 만든 뒤 석탄재에 물을 뿌려 흘려 내보내기 시작했다.

40년에 걸쳐 석탄재와 물의 혼합물이 밀려든 호수 바닥에는 1~2m 두께의 석탄재가 쌓여있다. 염화칼슘과 금속산화물, 건조한 토양의 미세원소 등이 반응해 네티즌을 유혹하는 코발트빛을 발산한다.

SUEK에 따르면 연간 석탄재 세척량은2017년 기준 4190만톤에 달한다. 2012년 2300만톤이었던 것이 해마다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 발전소는 이 지역160여만명의 주민들에게 전기와 열을 공급한다.

 

SUEK측은 “모든 종류의 산화금속, 칼슘, 유해화학물질 등이 포함돼 있고 알칼리수치가 높다”면서 “이 물에 독성은 없지만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쓰레기로 가득 찬 호숫가를 걷거나 호수에 들어가는 일은 군 사격장을 걷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1~2m 두께로 재가 쌓여 있기 때문에 빠지면 탈출이 어려워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혔다.

그렇지만 이런 경고가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수영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다. 다음날 내 다리는 붉게 변하고 가렵더라도 그러고 말 것이다. 물맛은 조금 쌉쌀하다.”

“내 행복에 어떤 제한도 없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부드럽고 관능적이고 기억에 남는 러브스토리를 원했던가. 마침내 그것이 실현됐다.”

이런 게시글과 함께 인증샷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는 중. 발전사의 경고가 되레 SNS에서 팬 계정이 생기고 호수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촉매제가 됐다.

물론 “4차례나 이 호수를 찾았지만 물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는 등 조심스런 반응도 있다.

하지만 방문객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방문객들이 호수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차를 터는 도둑들이 생기자 발전회사가 호수로 들어가는 길을 막기 시작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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