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하면 다 친환경 공유경제인가?

  • 이재형 기자
  • 2019.10.13 05:45
(사진 뉴스펭귄)/뉴스펭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7일 차량 운행 규모를 현행 1400대에서 내년까지 1만대로 늘리겠다고 밝힌 뒤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택시 사업자들은 국내 여객‧운수 시장이 이미 공급과잉 상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업계는 정부의 택시감차사업에 협조하고 있는데 타다가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타다가 업계의 반대를 뚫을 수 있을까. 소비자들 사이에서 서비스 평가가 좋은 타다가 발목 잡히는 건 스스로 내건 ‘공유경제’의 성격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모회사인 카 셰어링(Car-sharing) 기업 쏘카의 렌터카를 사용할 뿐 택시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택시 면허 없는 유사 택시라는 말도 나온다.  

이쯤에서 공유경제의 본 취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레이첼 보츠먼 옥스퍼드대 초빙교수는 저서 ‘위 제네레이션’에서 ‘우리는 노트북을 구입하면 겨우 2년 쓰고 바꾸지만 그 대가로 노트북 무게의 4000배에 달하는 쓰레기를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유경제는 차량, 주택, 주방, 사무실 등 각종 재화를 공유해 중복되는 소비를 줄이고 제품 생산과 폐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덜자는 개념이다. ‘쓰레기는 줄이고 누릴 수 있는 재화는 풍부한 경제.’ 전 세계에서 공유 바람이 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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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량을 공유하면서 운전자도 연결시켜주는 ‘카 헤일링(Car-hailing)’ 시장에선 이 같은 원칙이 다소 퇴색된 모습이다. 글로벌 카 헤일링 기업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 때문에 미국 뉴욕은 교통량이 늘고 교통 정체가 심해졌다. 우버와 리프르의 탑승자가 늘자 타지에서도 고소득을 목적으로 자기 차를 끌고 와 전업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유입된 탓이다. 

우버는 원래 자기가 운전하지 않을 때 차량을 빌려주거나 출‧퇴근 시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여럿이 한 차량을 이용해 교통량을 줄이고 공회전에서 쏟아지는 매연도 저감하는 취지였다. 그러나 본업으로 상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결과적으로 택시 업계 경쟁만 심해지는 꼴이 됐다.

작년 11월 이재웅 쏘카 대표는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에서 “국내 택시 시장을, 다른 혁신 서비스로 단순 치환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다. 승차공유를 비롯한 앞으로의 서비스는 기존 택시 산업 이상의 환경, 사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혁신 서비스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플러스섬(Plus-sum)’이라고 말했다. 뉴욕 우버의 사례는 그가 말하는 플러스 섬이 아닌 ‘제로섬(Zero-sum)’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차량 모빌리티 시장이 내년 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타다는 성장하는 시장에서 우버와 다른 행보를 걷고 플러스섬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 문뜩 드는 생각. 타다가 1만대까지 차량을 늘리면 이 차량은 새로 구매하는 걸까? 신차가 수요를 흡수한 만큼 중고 택시가 폐차장에 가게되면 제로섬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재웅 대표와 타다의 앞으로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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