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만점' 여우원숭이 영상이 가져온 부작용

  • 권오경 기자
  • 2019.02.01 10:00

동물이 처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보단 ‘애완용’ 관심 급증

2016년 마다가스카르에서 촬영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영상은 바이러스처럼 온라인에 퍼져나갔다.2019.1.29 (사진 pixabay)/뉴스펭귄

이국적 동물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본 사람들의 왜곡된 인식으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과학전문매체 사이언스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의 듀크 대학 연구팀 연구 결과, 희귀동물의 영상을 본 사람들은 영상 속 동물이 처한 위기를 이해하기보다 그저 애완용 거래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듀크 대학의 연구진은 "화제가 된 영상과 관련한 트위터를 분석한 결과 꼭 껴안고 싶은 이국적 동물의 영상을 보고 같은 동물에 대한 애완용 수요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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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2016년 온라인에 바이러스처럼 퍼진 '알락꼬리여우원숭이' 영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영상은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두 어린 소년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조르는 모습이 담겼다. 두 소년이 긁는 행위를 멈출 때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는 같은 위치를 짚으며 ‘더 해달라’고 요구한다.

당시 영상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 귀엽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꼬리를 물어 인터넷에 삽시간으로 퍼져나가 페이스북 포스트에선 일주일 만에 2000만뷰를 찍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 영상이 온라인에 게시되기 전후로 18주간 ‘사육 알락꼬리여우원숭이’ 혹은 ‘애완동물’ 등을 언급한 1만4000여개의 트윗을 다운로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영상에 '좋아요' 수가 늘어나고 공유 횟수가 급증하면서 트위터에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싶다“거나 ”어디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구할 수 있나요?“ 등의 글이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영상이 퍼진 일주일 동안엔 구글과 유튜브에서 ‘애완용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검색한 빈도 수가 2013~2018년 평상시보다 급증한 사실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물론 이 중 누구도 실제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애완동물로 사거나 팔지는 않았으나 야생동물 불법 거래자들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소지를 낳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진은 멸종위기에 처한 영장류가 서식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타라 클라크는 "영상을 보고 트위터에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애완동물로 기르고 싶다고 말한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동영상을 접한 사람들은 야생동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가 연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영상을 공유하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기르거나 거래를 하는 행위 등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단속인력이 부족해 아주 작은 마을에서 이뤄지는 동물들의 불법 거래까지 단속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2010년부터 지금까지 약 2만8000마리의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숲에서 강제로 포획됐다. 연구진은 적어도 30~100종 이상의 여우원숭이가 애완용 거래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 종은 화려한 꼬리를 가진 알락꼬리여우원숭이다.

실제 마다가스카르의 많은 호텔과 식당이 관광객의 환심을 사려고 알락꼬리여우원숭이를 사육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동물을 안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철창에 갇혀 지내거나 끈에 묶인 채 사육된다. 먹이로는 야생에선 결코 먹지 않을 쌀 등 인간의 음식을 먹는다.

연구진은 “20년 전 위성 이미지를 보면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개체 수가 적어도 75만마리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5000마리도 채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그 누구도 알락꼬리여우원숭이의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해선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의 연구들도 침팬지나 다람쥐, 원숭이 등 야생동물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은 동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왜곡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이 어떤 위기상황에 있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을 유발하기보다 귀여운 대상으로만 인식하도록 해 이들을 안전한 동물, 즉 야생동물이 아닌 애완동물로 간주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공동 저자로 참여한 로터 킴은 “마다가스카르의 인터넷 기술이 향상하면서 애완 알락꼬리여우원숭이와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은 더욱 대중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일종의 경고 사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이번 연구가 영어를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 다소 한정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졌지만 이를 통해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영상의 여파가 야생 여우원숭이 개체 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다“며 ”또한 개발도상국에서조차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소셜미디어가 정보를 전달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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