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한국인 640~1600명 해마다 조기사망”

  • 채석원 기자
  • 2019.01.21 12:37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던 지난 15일 청와대 인근의 하늘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옇게 보인다. (사진 채석원 기자)/뉴스펭귄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석탄발전소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탄발전소와 미세먼지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석탄발전은 수명 연장, 국민은 조기 사망’이라는 글에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폭력적인 발전원’으로 규정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석탄발전소 출력을 제한하는 이유는 석탄발전소가 미세먼지 단일 발생원 중 가장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당진석탄발전소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2017년과 지난해 당진석탄발전소 1~4호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했다. 환경 설비를 개선해 미세먼지 배출량을 감축하고 전력량을 충당하기 위한 조사였다. 동서발전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진석탄발전소 1~4호기의 주설비(보일러 등)와 환경설비(탈황, 탈질 설비 등)에 약 1조5068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설비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가 국민 전체를 공포에 빠뜨린 상황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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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연장은 단지 당진화력발전소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당진화력발전소 1~4호기를 포함해 총 30기의 석탄발전소가 설비 성능 개선을 통한 수명연장 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석탄발전소에 대한 대책으로 설계 수명 30년이 지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지하고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는 환경 설비 개선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소 30기의 설비 성능 개선 계획이 세워졌으며, 설비 성능 개선은 당진화력발전소처럼 수명연장으로 이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탄발전소 수명연장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먼지뿐만 아니라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2차 생성물질을 다량 배출한다는 것이다. 단체는 “2차 생성물질은 PM2.5에 해당하는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대기오염 물질”이라며 “2017년 정부에서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에 따르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중 대부분이 2차 생성물질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와 하버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PM2.5)로 인해 2014년을 기준으로 매년 640~1600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한다. 석탄발전소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표현하는 건 이 때문이다.

주설비와 환경설비를 성능 개선하거나 추가해도 10년 동안 추가 가동하면,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 총량이 증가한다. 그 10년 동안 국민은 또 다시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공포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 문제만 안고 있는 게 아니다. 압도적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2015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국 5위다. 이 때문에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과 함께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8위에서 5위로 높아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한국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2017년과 2018년의 한파와 폭염을 사례로 들었다. 한파와 폭염으로 전기요금과 난방비를 걱정하는 건 물론 재산피해를 보고 노약자는 생명을 잃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 기후변화같이 넓은 지역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석탄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는 특히 더 큰 피해를 입히는 폭력적인 발전원”이라면서 “석탄발전소에 쌓여있는 석탄에서 석탄 가루가 날려 주변 지역 주민의 생활공간에 가라앉는다. 창틀, 옥상, 널어둔 빨래, 농작물 등에 쌓여 빨래를 다시 하거나 농작물 버려야 한다”고 했다.

석탄발전소는 직접적인 인명 피해도 일으킨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충남 당진의 경우 당진화력발전소가 들어선 뒤 석문면에서만 24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탄발전소를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발전원’으로 규정하고 온전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하루빨리 탈석탄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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