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많은 바다 머지 않았다"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많은 바다 머지 않았다"
  • 박소희 기자
  • 승인 2019.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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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세웅 WWF 코리아 사무총장 뉴스펭귄 창간 인터뷰
"탄소 배출 줄여야 멸종위기 막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해양생태계 보전 시급"

지난해 여름 한국은 찜질방을 방불케 하는 폭염을 경험했다. 체감온도가 50도에 육박했던 거리는 신발 밑창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웠다. 온열 질환 사상자가 속출했던 ‘숨막히는 불가마’, 딱히 대한민국만의 사정은 아니다. 중국 베이징은 지난해 4월 중순부터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겼다. 캐나다도 147년 만에 폭염이 찾아와 퀘벡주에서는 90명 넘게 사망했다. 가까운 일본도 사상자가 120명을 넘었다. 그리스에서도 열사병을 우려해 유명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를 일시 폐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강물이 말라 선박 운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 여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남극 역시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변화를 겪는다. 남극 일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비교적 안정 상태였던 동남극 빙하까지 급속도로 녹는다. 산업화 이전 대비 1도 상승한 결과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내놨지만, 지난해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는 기대와 달리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지구온난화가 야기할 범지구적인 현상은 우리 모두의 문제며,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 매우 시급한 기후변화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은 없을까. 한국의 저탄소 사회 실현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세계자연기금(WWF) 코리아 윤세웅 사무총장을 만났다. 

윤세웅 WFF(세계자연기금) 코리아 사무총장(권오경 기자) 2019.1.25/그린포스트코리아
윤세웅 WFF(세계자연기금) 코리아 사무총장(권오경 기자) 2019.1.25/그린포스트코리아

 WWF의 사업과 비전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WWF 국제본부는 1961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자연보전기관이다. 세계 100여개국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500만 명 이상의 후원자들과 함께 활동한다. 지구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사람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미래를 만들고자 생물다양성을 보전에 힘쓰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 공식 출범했다.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해 나라별로 중점 사업이 다르다고 들었다. WWF 코리아의 올해 역점 사업은 뭔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심해지는 미세먼지, 미처 경험하지 못한 폭염, 이에 따른 자연재해, 즐겨 먹던 어족자원의 고갈,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양환경. 인류는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위기 의식은 아직 부족하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명다양성을 살리고 자연파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WWF의 글로벌 목표는 기후·에너지, 해양, 야생동물, 산림, 담수, 식량 이렇게 6가지다. 올해 한국의 시급한 과제는 크게 기후·에너지, 해양 이렇게 두 가지로 설정했다. 

― 에너지 전환과 해양생태계 보전을 역점사업으로 꼽은 이유는. 

▲우선 한국은 에너지를 한국전력이 독점하며 현재 전력수급은 미세먼지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화력발전에 꽤 많이 의존한다.(2018년 기준 원자력발전 18.35%, 석탄화력발전 30.98%, 액화천연가스 31.76%)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려면 ‘탈석탄’ 정책이 필수다. 이와 함께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에너지 선택권을 넘겨줘야 한다. WWF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1년여간 연구 끝에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2017년 발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한민국 2050 에너지 전략’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이 왜 필요한가. 

▲대한민국은 석유화학 중공업과 같은 대기업 위주의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국가가 직접 통제하고 독점해 낮은 가격으로 제공했다. 덕분에 자유로운 에너지 소비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 적극적인 탄소배출 제한을 위해 에너지 전환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가 수행해야 할 필수 과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아직 꽉 막혀있다. 국회는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법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가 탈원전, 탈석탄 정책이 지금 왜 필요한지, 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지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대토론회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WWF 코리아도 국민적인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 위한 컨퍼런스, 간담회, 캠페인을 전개한다. 또 기후행동 촉진을 위해 저탄소 비전 및 로드맵 수립 정책도 제언한다. 탄소 배출을 줄어야 지구생명체의 멸종위기를 막을 수 있으며, 멸종위기 생물들이 살아야 우리 인간도 지구에서 계속 살 수 있다. 

 저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더딘데 속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기업이 기후 행동에 적극 동참하면 빨리진다. 2011년 페이스북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 선언 이후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들이 꾸준히 증가해 현재 150여 개에 달한다. RE100은 기업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지칭한다. RE100 기업들은 자사뿐 아니라 납품업체에도 재생에너지 소비를 요구한다. 심지어 납품업체가 RE100 기업의 요구를 듣지않으면 계약이 불발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도 지난해 7월 가세했다. 2020년부터 미국ㆍ유럽ㆍ중국의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건데, 본사가 있는 국내에서만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이 시작하면 국내 납품업체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해야만 한다.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지 않으면 공급을 안 받겠다는데 납품업체들이 어쩌겠나. 국내 신재생 에너지 전력설비 비율은 11%에 머문다. 독일은 이미 36.7%로 끌어올렸다. 미국은 이미 태양광 발전 단가가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낮다. 한국은 지금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기회를 놓치고 있다. 

―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세계 경제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뜻인가. 

▲국내에서 RE100 기업이 전무 한 까닭은 아직 RE100과 관련한 제도가 미비해서다.  국회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촉진법(이하 신재생에너지법)’ 및 ‘전기사업법’ 개정안 RE100과 관련된 법안인데 아직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와 국회가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확장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그물에 걸린 발틱해 회색바다표범(© Shutterstock / Kev Gregory / WWF)
그물에 걸린 발틱해 회색바다표범(© Shutterstock / Kev Gregory / WWF)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는 초록 바다 거북.(© Troy Mayne / WWF)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는 초록 바다 거북.(© Troy Mayne / WWF)

 

칠레 칠로에 섬에서 어망에 걸린 마젤란 펭귄(© naturepl.com/Enrique Lopez-Tapia /WWF)
칠레 칠로에 섬에서 어망에 걸린 마젤란 펭귄(© naturepl.com/Enrique Lopez-Tapia /WWF)

 

― 최근 국내 천일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는 등 해양쓰레기 문제도 정말 심각한데. 

▲바다는 이어져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노력으로 해결 할 수 없다. 최근 각국 정상들이 모여 미래를 논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가 쓰레기다. 한 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은 800만톤. 이중 80%는 육상에서 나온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많게 될 것이다. WWF는 플라스틱 오염 없는 바다를 위해 2035년까지 바다로 가는 쓰레기 양을 80~100% 감소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보고서 발간을 계획중이다. 또 서식지, 생물 등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14곳을 해양보호구역(MPA) 우선지역으로 설정했다. 한국에서 집중하는 곳은 제주를 포함한 황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산호초 삼각지대(Coral Triangle)도 고려 대상이다. 

― 지난해에는 고등어가 금등어로 불리기도 했다. 어족자원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능력을 넘는 과도한 남획과 현대화된 어업도구를 이용한 대규모 혼획,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 플라스틱이나 어구 쓰레기로 늘어나는 폐사 이 모든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십 년 전 인적이 드물었던 해변가에서는 바다거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주로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이 국내에서 관찰되는데 산란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게 벌써 15년째다. 지금은 대부분 고기잡이 그물에 걸려 발견된다. 거북이의 주요 먹이는 해파리다. 비닐봉지는 해파리로 보이기 쉽다. WWF 코리아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바다거북 부검 연구에 참여해 폐사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부검하면 소화 장기를 가득 메운 어구와 생활 쓰레기가 자주 나온다. 

 바다가 텅 비어가는 셈인데 해양보전이 중요한 까닭도 말해달라.

▲바다는 인간에게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소중한 자원의 보고이자 경제활동의 장이다. 전 세계 바다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30억명이 주요 단백질 공급원으로 어류를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1970년 이후 전세계 해양척추동물의 개체수는 49% 감소했으며 이중 식용 어류는 절반이 넘게 사라졌다. 해양생물의 25%의 삶의 터전인 산호초 수는 지난 30년간 반토막이 났다. 이대로라면 2050년 지구에서 산호초가 사라질 수도 있다. 어족자원의 고갈과 해양 플라스틱 오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도 고등어를 먹고, 건강한 바다에서 헤엄치고 놀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도 삼면이 바다다. 단백질 섭취의 40%를 수산물에서 얻는다. 수산물 생산과 소비가 산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늦기 전에 어족자원 보전에 힘써야 한다. 

― ‘탈석탄’ ‘탈플라스틱’을 외치는 건 지구가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우리의 생존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에너지 전환과 해양생태계 보전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다. 지구생명지수는 세계 생물다양성과 지구의 건강을 측정하는 지수다. 1998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난 20년간 포유류, 조류, 파충퓨, 양서률를 포함한 전 세계 수 천 종의 개체 수를 추적해왔다. 현재까지 지구상에서 관측된 생물종 4005종의 개채군 1만 6704개를 분석한 결과(1970~2014년) 평균 60%의 개체군 감소가 관측됐다. 50년간 척추동물 개체수 역시 같은 수치로 감소했다. 생물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이유는 인류가 건강, 식량, 안전을 자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대문명의 발전은 지구생태계를 근간으로 한다. WWF는 시장, 금융, 거버넌스를 동력으로 6가지 글로벌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에 앞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많이 경험하게 해야 한다. 세계적인 멸종위기인 저어새를 떼로 볼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시간이 날 때면 대학생들과 자주 보러 가는데, 저어새 떼를 보고 있으면 대단히 경이롭다. 이 자연의 경이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인성교육이지 않을까. 

― 개인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음식물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작물을 재배하는 데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음식물을 처리하는 데도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먹을 만큼만 먹자. 부모님이 혼자 차를 끌고 외출하려고 하시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잔소리도 해보자. 그렇게 작은 데서부터 실천하면 어렵지 않게 기후 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 

― 끝으로 멸종위기 전문뉴스를 지향하는 뉴스펭귄은 기후변화의 위험에 대해 좀더 쉽고 친근하게 독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좋은 벗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