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연안서 죽은 새끼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

  • 남주원 기자
  • 2020.06.26 10:01
유영 중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자 다시 새끼에게 다가가는 어미(국립수산과학원 제공)/뉴스펭귄

숨을 거둔 새끼와 이별하기 힘들었던 어미 돌고래는 새끼를 등에 업고 한참을 유영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은 죽은 새끼를 등에 업고 다니는 어미 돌고래의 행동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26일 공개했다.

이 안타까운 모습은 지난 11일 수과원 고래연구센터가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를 관찰하던 중 발견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수과원에 따르면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새끼 돌고래 사체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어미 돌고래는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주둥이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수과원 김현우 박사는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반복적인 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추정했다.

유영 중 새끼의 사체가 떨어지자 다시 새끼에게 다가가는 어미(국립수산과학원 제공)/뉴스펭귄

해당 어미 돌고래는 지난 2008년 4월 처음 발견돼 ‘JBD085’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개체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성체였다.

연구진은 "돌고래 무리 근처에서 보트를 타고 약 5분간 어미의 행동을 관찰 및 촬영했다"며 "돌고래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조사를 종료했다"고 전했다.

등에 죽은 새끼를 업고 다니는 어미 남방큰돌고래(국립수산과학원 제공)/뉴스펭귄

어미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한동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특이 행동이다. 

과학자들은 죽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착 행동은 무리의 개체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 행동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수과원에 의하면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도 지난 2017년과 2018년 한 차례씩 관찰된 바 있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새끼를 끝까지 지키려는 어미 돌고래의 모성애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제주도 연안에서  돌고래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다가가거나 진로를 방해하지 말고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