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 땀, 눈물...그리고 알맹" 플라스틱 없는 세상 꿈꾸는 상점
"내 피, 땀, 눈물...그리고 알맹" 플라스틱 없는 세상 꿈꾸는 상점
  • 남주원 기자
  • 승인 2020.06.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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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알맹상점의 세제 리필스테이션. 액상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는 모두 환경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각종 세제의 성분표시는 매장에 부착 및 비치돼 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원하는 만큼 원하는 용기에 덜어가세요"

세제 리필스테이션으로 유명세를 탄 알맹상점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제로웨이스트'와 '플라스틱프리'를 외치며 진정한 자원순환을 실현하는 곳. 알맹상점은 지난 2018년 여름, 3명의 알짜들에 의해 이 세상에 넌지시 나타났다.

망원시장 근처에 사는 시민활동가 고금숙 씨와 유기농 천으로 만든 밀랍백을 만드는 이주은 씨, 주부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양래교 씨는 알맹상점을 지난 2년간 함께 이끌어오고 있다. 

알맹상점은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뤄졌다. 망원시장에서 비닐봉투 사용하지 않기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된 것.

최근 다양한 환경 관련 모임 및 단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알맹상점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양래교 씨는 전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알맹상점 공유센터 메모장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알맹상점 공유센터에는 손님들이 두고간 갖가지 물건들이 놓여있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알맹상점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알맹상점 공유센터'를 맞이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놓은 후 공유센터 메모장에 사연을 적으면,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공유센터를 지나면 좁은 계단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면 온갖 재밌는 물건들이 가득한 '요술 다락방'이 나올 듯하다. 건물 2층 22평 남짓 알맹상점, 그곳에서 지난 22일 양래교 대표를 만났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마포구 월드컵로 49, 2층에 위치한 알맹상점 내부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Q. 요즘 환경과 관련된 모임, 단체들이 많이 생겼다. 알맹상점만이 갖는 차별점이나 경쟁력은 무엇인가?

"알맹상점만의 경쟁력은 '리필스테이션'과 '커뮤니티 회수센터'라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빈 용기를 가지고 알맹상점에 오면 필요한 만큼 세재를 구매할 수 있다. 판매하는 세제는 가루 세제, 나무 열매 만능 세제, 액상 세제, 소독 살균제 등 종류별로 다양하다. 또 투명 페트병, 우유팩, 커피가루, 병뚜껑, 렌즈통 등 재활용품을 알맹에 갖다주면 알맹상점에서 분류해 모아 뒀다가 재활용품이 필요한 업체로 보낸다. 그럼 휴지, 화분, 연필 등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알맹상점은 일반적인 제로웨이스트샵처럼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자원순환에 대한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한다. 우리의 바람은 동네의 '자원순환 거점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커뮤니티 회수센터에는 손님들이 가져온 재활용품이 가득 채워져 있다(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우유팩·테트라팩, PP·PE 작은 플라스틱, 페트병을 들고가면 10개당 하나씩 도장을 받는다. 말린 커피가루는 50g 이상에 하나. 쿠폰 12개를 다 채우면 알맹 선물을 랜덤으로 지급한다(사진 남주원 기자)/뉴스펭귄

Q. 진행 중인 워크샵이나 캠페인은 어떤 것이 있나?

"망원시장 상인들과 소비자들에게 장바구니를 나눠주며 '비닐봉지 쓰지 않기'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또 금이 생겨 사용하기 힘든 그릇을 스스로 고쳐 쓰는 기술을 알려주는 '킨츠키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달은 월, 화요일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 등 환경 전문가들을 알맹상점에 모시고 재활용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월화 강의'도 하고 있다"

 

Q. 수익분배는 어떻게 하는가?

"사실 현재로선 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다(하하). 금숙 님과 주은 님, 저의 열정페이로 갈아넣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의 가치를 알고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측정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크다. 장사는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말을 몸소 절감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수익이 난다면 공동운영에 따라 3명에게 똑같이 분배될 예정이다"

 

Q. 운영진은 알맹상점 외 본업이 따로 있는가?

"다들 본업이 따로 있다. 고금숙 님은 시민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이며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망원동 에코하우스' 등 책을 저술했다. 이주은 님은 '칙포켓(cheek pocket)'이라는 유기농 천으로 만든 밀랍백을 개발,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저는 주부이자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유튜브 ‘친절한 래교’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다뤘지만 지금은 제로웨이스트 실천, 환경 캠페인 등 환경 관련 활동을 주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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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래교 씨, 이주은 씨, 고금숙 씨(사진 '알맹상점' 제공)/뉴스펭귄

Q. 알맹상점 활동이 실제로 환경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비닐 한 장은 분해되는 데 100년, 플라스틱은 50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분해 후 없어지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문다는 사실이다. 결국 한 장이라도 사용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갯수로 전부 추산할 수는 없지만, 망원시장에서 사용될 뻔한 수많은 비닐봉투가 장바구니로 대체됐다. 또 사용 후 버리는 플라스틱 세제통이 나오지 않도록 리필 세제를 구입한 분들도 많다. 이들이 줄인 비닐봉투, 플라스틱만 해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됐으리라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같은 곳이 전국 방방곳곳 생기길 바란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곳들이 생길 수 있도록 알맹상점에서 매뉴얼을 만들 예정이다. 무엇보다 처음 시도해보는 알맹상점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Q. 알맹상점을 준비 및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뿌듯했을 때는 언제인가?

"물론 가게를 여는 게 처음이라 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돈 문제까지 힘든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엄마로서 역할과 알맹상점 알맹지기로서의 역할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힘듦이 가장 컸다. 나의 일상과 일이 충돌할 때. 바쁜 엄마를 보고 심적인 변화를 느끼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 이 현실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들의 반응을 봤을 때는 행복하다. 손님들이 '알맹상점 너무 좋다', '이런 곳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실 땐 정말 좋다. 우리는 인스타그램 외에 딱히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알맹상점 SNS 계정을 태그해 후기를 올려주고 계신다. 이럴 때 우리의 바람이 소비자들의 바람과 같다는 게 느껴져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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