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독수리 절멸 내몬 독살, 아프리카에 재현되나

  • 임병선 기자
  • 2020.06.15 17:26
그리폰독수리 (사진 flickr)/뉴스펭귄

인도에서 독수리를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간 ‘독살’ 사건이 아프리카에 재현되고 있다.

1980년대 초, 인도 전역에 세 종류 독수리 약 4000만 마리가 서식했다. 하지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 2017년에는 1만 9000마리로 줄었다. 그 원인으로는 ‘독살’이 지목됐다.

정부 지원을 받고 독수리 개체수를 조사한 인도 비정부기구 봄베이 자연사 단체(Bombay Natural History Society)는 가축 소 사체를 먹고 살던 독수리가 항염증제 ‘디클로페낙(Diclofenac)’에 노출되면서 지속적인 떼죽음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디클로페낙은 소에게 투여되는 약인데 독수리가 먹으면 사망할 수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체를 먹는 흰등독수리(사진 flickr)/뉴스펭귄

야생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독수리가 사라지자 인도 생태계와 인간에게 문제가 닥쳤다. 천적이 사라진 쥐와 먹이 경쟁 상대가 없어진 들개가 급격하게 늘어났고, 동물 사체에서 나온 세균이 식수원에 스며들어 수질이 나빠졌다.

비슷한 일이 아프리카에 더 큰 규모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프리카에는 독수리 11종이 발견되는데, 이중 7종이 심각한 멸종위기다.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독수리 보호단체 독수리 보전기금(Vulture Conservation Foundation)은 지난 30여 년 간 아프리카에 사는 독수리 개체수가 80% 줄었다고 지난 4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독수리 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 사이 기니비사우(Guiné-Bissau)에서 모자쓴독수리 사체 1603구가 발견되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기금 측은 모자쓴독수리가 보고 없이 버려진 경우를 포함하면 해당 기간 동안 죽은 모자쓴독수리는 2000마리가 넘는다고 추정했다.

모자쓴독수리는 독살된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밀렵이다. 기니비사우에서 모자쓴독수리 사체 200개가 머리가 잘려나간 채 버려진 사건이 지난 2월 발생했다. 기금 측 설명에 따르면 일부 기니비사우 주민은 독수리 사체 일부를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모자쓴독수리 (사진 flickr)/뉴스펭귄

기금 측은 이 사건 원인을 밀렵으로 보고 머리가 잘린 독수리 사체에서 샘플을 채취해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Universidade de Lisboa)에 부검을 의뢰했다. 리스본대학교 연구팀은 부검 결과, 이 독수리들이 독살됐다고 지난달 1일 말했다.

밀렵꾼은 코끼리나 코뿔소 사체에 독을 묻혀 놓고 독수리를 유인해 대량 살해한다.

독극물을 바른 코끼리 사체를 먹고 죽은 독수리들 (사진 MBC'휴머니멀')/뉴스펭귄

두 번째 이유는 지역 주민이 독수리 이외 포식자를 쫓기 위해 설치한 '독극물 미끼'다.

독수리를 연구하는 영국 조류 보호단체 RSPB(Royal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Birds) 과학자 스테픈 오펠 박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주민들은 들개, 자칼, 사자, 하이에나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독극물을 묻힌 미끼를 마을 인근에 둔다. 오펠은 모자쓴독수리가 '독극물 미끼'를 먹고 죽는 경우가 많다고 지난 13일 가디언에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 독수리 멸종위기는 당면한 문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레드 리스트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독수리 11종 중 4종이 위급종, 3종이 위기종으로 분류됐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