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꼭 닮은 수달, 자주 보이는 까닭은 착시?
보노보노 꼭 닮은 수달, 자주 보이는 까닭은 착시?
  • 채석원 기자
  • 승인 2019.01.21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새끼 수달. (사진=국립생태원)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새끼 수달.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최근 경사를 맞았다. 6년 전 구조한 수달 부부가 또 새끼를 낳았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3년 8월 경북 경산에서 구조한 수컷과 같은 해 10월 전남 장흥에서 구조한 암컷이 2017년에 이어 지난해 10월 21일 건강한 수컷 두 마리를 낳았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19일부터 에코리움 수달사에서 새끼들을 공개했다. 사육환경에서 수달이 두 번이나 출산한 건 보기 드문 일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Ⅰ급인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레드리스트’에도 멸종위기종으로 올라 있는 동물이다. 수달이 한국인에게도 꽤 친숙한 까닭은 ‘보노보노’라는 만화 때문이다. 무심한 듯 따뜻하면서도 삶에 달관한 듯한 기묘한 매력을 내뿜는 만화 속 캐릭터 보노보노를 수달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보노보노는 수달이 아니라 해달이다. 보노보노가 배를 수면 위로 내놓고 그 위에 조개를 올려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성게나 대합 등 쌍각류와 갑각류를 배에 올려둔 뒤 돌로 쪼개 먹는 건 전형적인 해달의 습성이다. 해달과 달리 수달은 어류, 조류, 양서류, 곤충, 소형포유류 등을 먹는다. 특히 물고기 중에서도 메기나 미꾸라지, 가물치 등 비늘이 없는 걸 즐겨 먹는다. 덩치도 차이가 있다. 족제빗과의 헤비급인 해달의 무게는 15~45㎏인 데 반해 수달은 약 12∼15㎏의 라이트급이다.

하지만 수달의 습성은 보노보노와 가깝다. 야생에선 영역 다툼을 벌이며 상대를 물어뜯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생포한 수달, 특히 어린 새끼는 사람을 잘 따르고 족제빗과의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성질이 온유하고 애교가 많다. 아주 영리해서 조금만 훈련시키면 대소변도 곧잘 가리기에 애완동물로 기를 수도 있다. 영국 콘웰 동물보호소에선 수달이 연못에 빠진 관광객의 휴대폰을 찾아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물론 천연기념물이기에 애완동물로 기르는 건 불법이다.

수달에게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모습. (사진=국립생태원)
수달에게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모습.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멸종위기종이 됐을 정도로 귀해졌지만 수달은 한국의 강이나 하천에서 비교적 흔한 동물이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수달이 이처럼 희귀해진 것은 인간 때문이다. 일단 사람들이 가죽과 모피를 얻기 위해 수달을 남획했다. 수달 모피와 가죽은 고려가 송나라 등에 상납하던 물품이었을 정도로 고급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환경오염까지 겹치면서 이 귀여운 동물은 어느덧 야생에서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1월 수달 네 마리가 서울 송파구 천호대교 북단의 한 무인카메라에 수달 네 마리가 포착됐다. 앞서 2016년 3월 15일 한강 지류하천인 탄천의 하류에서 수달이 발견됐다는 제보에 따라 한강유역환경청이 수개월간 무인카메라로 한강 일대를 살펴 수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강에서 수달이 발견된 건 무려 43년 만이다.

지난해 8월엔 광주 양동시장 지하주차장을 돌아다니는 40㎝ 크기의 수달 한 마리가 행인에게 발견됐다. 수달은 그물망으로 포획한 수달을 광주 서구청에 인계했고, 서구청은 건강엔 특별이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길 잃은 수달을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야생 수달을 제외하고 동물원과 한국수달연구센터에 사는 수달은 50마리를 넘지 않는다. 야생 수달 역시 그 수가 많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반인에게조차 수달이 종종 눈에 띄는 것일까. 역설적으로 이는 열악한 수달의 서식환경과 관련이 있다.

홍성원 부산대 생명과학과 박사는 그의 박사 논문에서 수달 배설물 밀도가 높은 낙동강 16개 지점을 분석했더니 수달 먹이와 주변에 사는 물고기가 일치한 경우는 10개 지점(62.5%)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홍 박사는 배설물에서 나온 물고기 턱뼈의 DNA를 분석한 결과, 수달이 먹은 물고기가 해당 지역의 '우점종'인 경우는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바다와 25㎞가량 떨어진 경북 영양군의 한 하천에서 발견된 배설물에선 농어목 바닷물고기의 뼈가 나오기도 했다. 수달의 행동반경은 10~15㎞. 수달이 먹이를 찾아 비정상적으로 멀리 이동했다는 방증이다.

홍 박사는 곳곳에서 수달 배설물이 발견돼 많은 수달이 서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과장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건 그만큼 수달 서식환경이 안 좋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달연구센터 관계자는 “수달은 한줄기 강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을 자신의 서식영역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일면 넓게 분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식 개체수는 매우 낮은 특성을 보이는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수달 복원이 중요한 까닭은 수달이 수환경의 건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수달을 수환경 지표종(Indicator species)으로 보고하고 있다.

수영 연습 중인 새끼 수달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수영 연습 중인 새끼 수달 (사진=국립생태원 제공)

그렇다면 수달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한국수달연구센터는 수달은 호기심이 많아 하천의 통발이나 삼각망 등의 정치망에 쉽게 걸린다고 밝혔다. 천성이 주위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통발이나 삼각망에 들어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허파로 숨 쉬는 수달은 물속에서 4분 이상을 견디지 못하기에 어망에 갇히거나 그물에 걸리면 익사한다. 따라서 그물 입구에 수달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보호격자를 부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공 보금자리 설치도 수달의 보호방안 중 하나다. 수달은 자기 스스로 보금자리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간섭이 적고, 멋잇감이 풍부한 강 가까이에 위치하며, 인근 지상부(도로, 산책로 등)보다 낮은 물가지역에 인공 보금자리를 설치하면 수달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한국수달연구센터는 번식과 보금자리 기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수달 생태섬’ 조성을 수달 보존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수달연구센터는 댐이나 큰 저수지의 경우 중앙부의 수심이 깊어 멋잇감을 찾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 수변부에 가까우면서도 수달이 손쉽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생태섬을 만들면 수달들이 댐이나 저수지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달의 생태적 특징>

△생김새: 수중생활에 적합하도록 전체적으로 유선형이며, 성체가 되면 최대 길이 약 1250㎜, 최대 체중 약 12㎏까지 자란다. 다섯 개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를 갖고 있어 수중생활에 적합한 동물이다. 바깥털의 길이는 17∼18㎜, 속털의 길이는 8∼9㎜다.

△서식지: 강, 하천, 해안 등에 산다. 물가의 나무뿌리나 계곡 바위틈의 은폐된 공간이 보금자리다. 하천의 경우 강원도 산간부터 광주 무등산 끝자락까지 산간지역에서 유래한 하천수계를 중심으로 넓게 서식하고 있다. 해안의 경우 파도가 잔잔한 남해안에 주로 분포한다.

△먹이: 한국 수달은 어류를 즐겨 먹고 양서류, 조류, 갑각류도 먹는다. 간혹 소형 포유동물과 곤충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식: 1년에 1회도 가능하지만 통상 해마다 번식하진 않는다. 평균 두 마리가량의 새끼를 낳는다.

△위협요인: 한국수달연구센터에 따르면 수달의 이동을 차단하는 댐, 수달에겐 건너가기 어려운 장애물인 수중보, 통발 그물, 밀렵 등이 수달의 위협요인이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