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유리개구리, 팔다리만 투명한 이유는 '위장술'

  • 임병선 기자
  • 2020.05.26 11:30
아래서 본 유리개구리 (사진flickr)/뉴스펭귄

생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던 유리개구리의 투명한 팔다리는 '위장술'임이 밝혀졌다.

대부분 개구리 종은 식물 위에서 살며 천적을 피하기 위해 초록색 혹은 초록색 계열 위장 무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개구리 종은 팔다리와 배가 투명해 ‘유리개구리(Glass Frog)’라는 이름이 붙었고 생물학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그간 유리개구리 팔다리 부분이 투명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다. 유리개구리는 다른 개구리 종과 비슷하게 등은 투명하지 않은 초록색이다. 과학자들은 만약 투명한 몸이 천적을 피하기 위한 장치라면 등도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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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개구리 (사진 flickr)

유리개구리의 투명한 팔다리와 초록색 등은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천적 회피 수단이라는 연구결과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 25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가디언(The Guardian)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등 색만 초록색을 유지해 더 효과적으로 위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 상 모든 물체는 외곽선이 있다. 하지만 물체 끝이 투명할 경우 외곽선이 뚜렷하지 않게 돼 물체는 자연스럽게 배경에 녹아든다.

포토샵 '녹이기' 기법. 중간에 있는 그림이 도자기에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 (사진 flickr)/뉴스펭귄

연구진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유리개구리 표본 55마리를 흰색 배경에 올려놓고 여러 빛 조건에서 사진을 찍었다. 관찰 결과 유리개구리는 몸통에서 팔다리로 갈수록 투명해져 배경이 자연스럽게 비쳤다. 해당 사진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한 결과, 투명한 팔다리로 인해 빛의 밝기가 변해도 눈에 띄지 않는 정도가 비슷했다. 두 요소 덕에 유리개구리는 배경색에 자연스럽게 위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투명 위장술’이 현실에서 시각적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리개구리 빨리 찾기’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일반 개구리·유리개구리가 나뭇잎이 펼쳐진 배경 위에 있는 사진 총 125장을 합성했다. 이어 인간 참가자 20명이 해당 사진에서 개구리를 얼마나 빨리 찾아내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유리개구리를 찾아내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에 연구진은 유리개구리가 투명한 팔다리를 이용한 생존전략을 가졌다고 결론 내렸다.

눈에 덜 띄는 유리개구리는 생존 확률도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투명 위장술’ 전략이 천적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실험하기 위해 젤라틴(투명한 단백질 일종)으로 만든 가짜 개구리(일반적 무늬 개구리와 유리개구리 각각 180개)를 에콰도르 한 숲에 놔뒀다. 72시간동안 이 가짜 개구리를 지켜본 결과 조류에게 먹힌 가짜 개구리는 일반 무늬 개구리 53개, 유리개구리 24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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