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너도밤나무의 '미스테리한 죽음'

  • 권오경 기자
  • 2019.01.23 16:51

오하이오주에서만 2억2500달러 환경손실… 미생물이 원인인 듯

감염된 미국너도밤나무 잎사귀의 변화모습 (사진 학술지 삼림병리학)/뉴스펭귄

미국너도밤나무가 ‘희귀병’을 앓고 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나무껍질로 아마추어 조각가의 연습장이 되곤 하는 미국너도밤나무는 다람쥐와 곰, 조류를 포함한 많은 야생동물에게 먹이와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미국 환경매체 에코와치는 미국너도밤나무 잎사귀가 전염병에 걸려 빠르게 퍼져나가는 현상을 오하이오 주립 대학 연구팀이 확인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국제학술지 ‘삼림병리학’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전염병은 지금까지 오하이오 주에 11그루, 펜실베니아주에 8그루, 캐나다 온타리오에 5그루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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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에 따르면 전염된 나무의 잎맥 사이에 검푸른 줄무늬 모양이 나타나 감염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후 나뭇잎은 완전히 검게 변해 쪼그라들고 잔주름이 많아지며 딱딱해진다. 나무도 점차 가지를 뻗지 못하고 죽는다. 특히 수령이 어릴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다.

선임연구원이자 오하이오 주립대학 삼림 병리학 교수인 피에리기 엔리코 보넬로는 “아직 전염병이 어느 수준까지 너도밤나무를 해할지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확실한 건 서울호리비단벌레나 참나무의 갑작스런 죽음처럼 처음엔 느리게 퍼지다가 어느 순간 급속도로 퍼진다는 확실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질병이 미국 동부로 퍼져 총 30개 주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이곳의 미국너도밤나무는 조류, 포유류 등 많은 야생동물에게 보금자리 혹은 먹이를 제공한다. 따라서 연쇄효과를 일으켜 생태계 붕괴를 부를 위험이 있다. 특히 오하이오주에선 2012~2016년 506만㎡까지 질병이 번져 가장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미국너도밤나무 절반이 사라지면 환경적인 측면에서 약 2억2500만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야생동물에 서식지를 제공하고, 공기정화와 미적·문화적 가치는 물론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나무의 많은 역할을 변수로 고려해 측정한 값이다. 

연구진은 병에 걸린 나뭇잎의 DNA와 RNA를 정상 나뭇잎과 비교한 연구 내용을 토대로, 이 질병의 원인이 곤충보다 미생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넬로는 졸업생 캐리 에윙과 함께 분자기술을 이용해 전염된 나뭇잎과 정상 잎사귀가 미생물적으로 근소한 차이가 있는지 연구 중이다. 보넬로는 질병이 박테리아나 곰팡이 균류에 의한 것인지, 혹은 바이러스성인지, 파이토플라스마에 의해 유발됐는지 등을 규명할 계획이다. 보넬로는 “전염된 나무와 정상 나무 간 공통점을 모두 제하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만 찾으면 되는데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에윙은 “미생물이 질병 원인이라고 100% 확신할 순 없지만 미생물에 감염된 나무들이 보이는 증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벌레나 곤충에 의한 것이라면 나뭇잎에 깨문 자국이나 구멍 같은 침략 흔적이 보여야 하는데 이런 흔적이 전혀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너도밤나무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종 너도밤나무에서도 이 희귀병이 보고된 바 있다. 보넬로는 “굉장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질병의 전염성이 한 종을 넘어 더 많은 종으로까지 퍼질 수 있는 수준이란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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