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라도 최대 10kg… “한국 여우, 사람 변신 힘들어요”
다 자라도 최대 10kg… “한국 여우, 사람 변신 힘들어요”
  • 채석원 기자
  • 승인 2019.01.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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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종여우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 토종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뉴스펭귄

KBS ‘전설의 고향’은 한국 드라마의 ‘전설’이다. 한국의 전설, 민간 설화 등에 바탕을 둔 이 공포 드라마는 숱한 화제를 뿌리며 사랑을 받은 납량물이다. 총 668회나 전파를 탄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는 뭘까. 구미호 아닐까? 한혜숙 박상아 임채원 송윤아 노현희 김지영 등이 인간이 되길 원하는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로 분하며 밤에 브라운관 앞에 모인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노현희는 한 프로그램에 나와 인간의 간을 먹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실제 동물의 간을 먹고 피를 묻혀가며 촬영했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놔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전설의 고향’으로 인해 여우는 상당수 한국인에게 사람의 간을 빼 먹는 하드고어 캐릭터로 각인됐다. 하지만 유교 사상에 기반을 둔 조선시대를 거치며 여우의 실제 이미지가 변질됐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로 1675년 북애자(北崖子)라는 노인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역사서 형식의 사화(史話) ‘규원사화(揆園史話)’에는 구미호가 신령한 동물로 등장한다.

‘규원사화’는 “이때 신령스러운 짐승이 청구(靑丘)에 나타났는데, 털은 밝고 희고 꼬리가 아홉 개가 달린 짐승이 서책(書冊)을 입에 물고 상서(祥瑞)함을 나타내는지라. 이에 고시씨(高矢氏)에게 상을 내리고 나라 안에 음악을 연주하고 즐김을 다하라고 영을 내리고는 또한 ‘조천무(朝天舞)’를 지었다”, “신사년은 여을 임금의 원년이다. 태백산의 남쪽에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에 흰 털을 지니고서 흡사 늑대 같았으나 사물을 해치지는 않았다”라며 구미호를 묘사한다.

소백산 여우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소백산 여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뉴스펭귄

눈이 째진 사람을 여우같다고 표현하거나 앙큼한 사람을 여우로 비하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걸 고려하면, 이미지가 호든 불호든 간에 호(狐)가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친숙했고 개체 수 역시 적지 않은 동물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여우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던 동물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쥐잡기 운동과 함께 서식환경이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하며 1980년대 이후엔 사실상 멸종했다. 그러다 2004년 강원도 양구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여우복원팀은 소백산에서 토종 여우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야생에 사는 여우는 총 30마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2년부터 생태관찰원에서 여우를 야생환경에 적응시킨 뒤 소백산에 방사하고 있다. 여우는 한국산 여우와 지리적·유전적으로 가까운 동북아시아 지역(북한, 중국, 러시아)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야생에 사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방사된 것들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내년까지 50마리 이상의 여우가 소백산 일대에 서식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사업이 성과를 거두면 한반도 전역에서 여우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처럼 기대하는 까닭은 소백산국립공원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소백산은 여우의 먹이인 소형 포유류와 조류 등이 풍부하고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를 가르는 큰 산계가 구성돼 있는 까닭에 여우가 전국으로 서식지를 넓혀가는 데 안성맞춤인 터전이기 때문이다.

여우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여우는 사람으로 변신할 정도로 크지 않다. 몸무게가 고작 5~10kg에 불과하다. 머리와 몸통 길이는 60∼80㎝, 꼬리 길이는 40∼50㎝, 귀의 크기는 7∼9㎝, 어깨높이는 30∼40㎝ 정도다. 체구가 작은 데다 조심이 많아 사람을 봐도 피해가기 때문에 서식지에서도 사람은 물론 민가에도 불편을 끼칠 우려가 많지 않다.

위치추적기를 단 이 여우는 소백산 일대 야생에서 터전을 잡은 방사된 여우다. (사진=여우생태관찰원)
위치추적기를 단 이 여우는 소백산 일대 야생에서 터전을 잡은 방사된 여우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뉴스펭귄

<여우의 생태적 특징>

△생김새: 개과 동물 중에는 중간 크기에 속하며 수명은 약 3~6년이다. 머리와 몸통 길이는 60∼80㎝, 꼬리 길이는 40∼50㎝, 귀의 크기는 7∼9㎝, 어깨높이는 30∼40㎝ 정도이며, 몸무게는 5~10kg이다. 입과 코는 가늘고, 귀는 직립형이고 뒤가 검은색이며, 다리에는 장화를 신은 것처럼 검은색 털이 덮여 있다. 털색은 갈색에서 붉은색이며, 꼬리는 길고 두꺼우며 꼬리 끝은 흰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새끼 때는 털색이 잿빛에서 회색을 띠며 점차 어미와 같은 색으로 변한다.

△서식지: 낮은 지대의 산지, 초원 마을 인근 등 완만한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양지바른 곳의 바위틈을 이용하거나 흙으로 된 굴을 파고 생활하는데 오소리굴이나 너구리굴을 빼앗아 사용하기도 한다. 여우 굴은 이리저리 얽혀서 복잡하게 만들어져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먹이: 여우는 잡식성이다. 우제류(고라니, 노루의 새끼), 설치류(들쥐, 집쥐), 조류, 조류의 알, 개구리, 물고기, 곤충 등 다양한 먹이를 섭식한다. 식물 열매까지 먹는다. 주요 먹이는 소형 포유류다. 봄철엔 개구리 등 양서류를 섭식하고 식물의 열매나 초본식물을 섭식한다. 먹이가 풍부한 여름철엔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번식: 보통 1년에 한번 번식을 한다. 1~3월에 교미해 약 50~6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친 후 3~5월에 보통 1~5마리(최대 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새끼는 태어나서 약 15일 후면 눈을 뜨고 약 45일간 젖을 먹으며 산다. 9~11개월이 지나면 성적으로 성숙한다.

△여우 위협요인: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밀렵도구와 차량으로 인한 로드킬이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경작지(밭, 과수원 등) 주변에 설치한 밀렵도구에 여우가 피해를 당하고 있다. 사람 생활권 주변에 서식하는 특성 때문에 차량에 의한 로드킬도 위협요인이다.


멸종위기종 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