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새끼 고래, 어쩌면 '맹랑한 도둑'일지도

  • 남예진 기자
  • 2024.01.27 00:15
덩치 큰 새끼고래가 곁에 친모가 있음에도 다른 암컷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Allosuckling in southern right whale calves 논문)/뉴스펭귄
덩치 큰 새끼고래가 곁에 친모가 있음에도 다른 암컷의 젖을 먹고 있다. (사진 Allosuckling in southern right whale calves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친모가 아닌 암컷의 젖을 훔쳐먹는 새끼 남방참고래의 모습이 포착됐다.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 열람 플랫폼 '스프링거 링크(SPRINGER LINK)'에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사슴, 순록, 기린, 하마 등 포유류 사이에선 친모가 아닌 암컷의 젖을 훔쳐 먹는 동물이 종종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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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경우 암컷이 어미 잃은 새끼를 입양해 젖을 먹이는 장면이 목격된 적 있으나, 친모가 있음에도 젖을 훔쳐 먹는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이에 연구진은 새끼 고래도 다른 포유류처럼 젖을 훔쳐 먹는지, 만약 그럴 경우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호주 해안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곁에 친모가 있음에도 다른 암컷 고래의 젖을 먹으려는 새끼 남방참고래의 모습을 포착했다.

가장 왼쪽의 몸집이 큰 고래와 그 옆의 고래는 혈연관계다. 다만 혈연관계의 고래가 곁에 있음에도 고래들은 다른 암컷의 젖을 훔쳐 먹을 기회를 노린다.  (사진 Allosuckling in southern right whale calves 논문)/뉴스펭귄
가장 왼쪽의 몸집이 큰 고래와 그 옆의 고래는 혈연관계다. 다만 혈연관계의 고래가 곁에 있음에도 고래들은 다른 암컷의 젖을 훔쳐 먹을 기회를 노린다. (사진 Allosuckling in southern right whale calves 논문)/뉴스펭귄

친모가 아닌 암컷 고래들은 새끼 남방참고래의 행동을 용인하기도 했지만, 73%는 새끼 고래를 회피했다.

새끼 고래에게는 여분의 영양분 섭취를 통해 덩치와 체력을 키울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다른 암컷의 젖을 훔쳐먹은 고래는 다른 새끼들보다 큰 덩치를 자랑했다. 반면 친모가 아닌 암컷은 새끼 고래의 행동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보통 암컷은 번식기를 대비해 남극 주변에서 크릴, 요각류 등을 다량 섭취하면서 에너지를 축적한다. 번식지로 이동한 후에는 비축한 에너지를 활용해 새끼를 돌보며, 별도로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는다.

따라서 친자식이 아닌 고래에게 젖을 먹이면 더 많은 열량 손실을 겪게 된다. 또 혈연관계가 아닌 만큼 암컷 고래가 새끼 고래를 공격할 수도 있고, 어미와 새끼 간의 유대가 형성되지 않을 시기라면 새끼가 뒤바뀔 위험도 존재한다.

주 저자인 케이트 스프로기스 박사는 "이러한 행동은 멸종위기에 처한 북대서양참고래 사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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