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 박연정 기자
  • 2024.01.21 00:00
(그래픽 본사DB,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알아야 할 진실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토끼는 뭘 먹고 살까요?" 많은 사람들이 '당근'을 떠올릴 것 같아요. 동화책, 광고, 만화 등에서 당근과 토끼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이 자주 다뤄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야생의 토끼는 당근과 같은 땅속뿌리 대신 종일 햇볕을 받은 신선한 풀을 먹고 살아요. 더군다나 당근은 토끼에게 비만, 위장장애, 충치 등 건강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토끼는 당근을 먹지 않는다> 저자 위고 클레망은 이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의 왜곡된 인식을 꼬집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생태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위고 클레망은 자연에 대한 인식과 현실 사이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는 동물학대,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요. 그는 이 책에서 동물원, 서커스 공연장, 도축장 등을 취재하며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끔찍한 행위를 고발하는 동시에 동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함께 제시하고 있어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시선, 다 같이 바꿔볼까요?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인간은 가장 우월한 생명체일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우월하다'는 근거를 들며 다른 생명체를 착취하고 파괴해 왔어요. 어떤 근거로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먼저 신체적 능력 면에서 인간은 가장 빠르지도, 가장 강하지도 않아요. 아무리 빨라도 치타에게 상대가 되지 않으며 황소쇠똥구리처럼 자기 몸무게의 1141배를 들어올릴 수 있는 힘도 없죠.

인간은 도구 숙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완전한 착각이에요. 침팬지, 원숭이, 라텔 등 많은 동물들의 도구사용 능력이 증명됐으니까요. 그러면 언어능력은 어떨까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고유의 소통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꿀벌은 춤을 통해 새로 발견한 꽃의 위치를 알려주고 혹등고래는 노래를 통해 소통하기도 하니까요. 즉, 인간은 다른 종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거죠. 단지 다를 뿐이에요.

 

 

동물들은 아프게 태어났고 늘 아파요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는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나 할머니 댁 마당에 노니는 암탉처럼 활기찬 동물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런 행운을 누리는 동물은 사육동물 중 극히 일부예요. 축산업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철저히 가려지기 때문이죠. 차단된 벽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없기에 축산경제가 유지될 수 있어요.

전세계적으로 매년 동물 약 800억마리가 육류용으로 도축되고 있어요. 하루에 약 2억2000마리가 도축되는 셈이죠. 2022년 기준 우리나라도 하루 평균 소 2780마리, 돼지 5만839마리, 닭 280만7061마리 등이 도축되고 있어요.  

햇볕을 쐴 기회를 박탈당한 동물들은 도축을 위해 좁은 공간에 배변물과 뒤섞여 살게 돼요. 동물들은 짧은 주기로 수정을 강요받으며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쳐요. 이렇게 태어난 새끼 동물은 마취제 없이 이빨이 갈리고 꼬리가 잘리죠. 그 후 동물들은 심한 학대 과정 속에서 폭행당하며 죽음을 맞이한 후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게 됩니다.

 

 

모두가 행복한 쇼는 없다


돌고래쇼. (사진 서울기록원)/뉴스펭귄

펨케는 39살 암컷 돌고래로, 프랑스 아스테릭스동물원의 좁은 돌고래 수족관에서 13년간 갇혀 있어요. 새끼 때 플로리다 연안에서 잡힌 후 가족과 떨어져 오랜 시간 돌고래쇼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인간에 의해 포획된 많은 돌고래들은 줄곧 엎드려 있거나 같은 자리를 빙빙 돌며 괴로워하고 있어요.

코끼리 '베이비'는 새끼 때 아프리카에서 붙잡혀 15년간 서커스산업에 이용됐어요. 서커스가 진행되지 않을 땐 좁은 트럭에 홀로 갇혀 지내야 했고, 서커스가 진행되는 동안엔 관객, 시끄러운 음악 등에 시달려야 했어요. 또 공 굴리기, 눕기, 빙글빙글 돌기 등 신체적 고통도 강요받고 있죠.

인간의 찰나의 기쁨을 위해 펨케, 베이비 등 많은 동물들은 어딘가에 감금당하며 신체적·정신적 고문을 감내하고 있어요. 

 

 

즐기기 위해 죽인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가 알고 있는 사냥은 즐기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에요. 재미로 많은 동물을 죽이는 셈이죠. 프랑스 생물다양성청에 따르면 2013~2014년 사냥시즌 동안 사냥꾼들은 동물 2200만마리를 사살했어요. 이중 80%가 숲비둘기, 꿩, 자고새 등 새였고 나머지는 멧돼지, 여우, 노루, 토끼 등 포유류였어요. 늑대, 알파인아이벡스 등도 별다른 이유 없이 사냥되고 있죠.

보호종이라도 사냥꾼들의 총알을 피할 수 없어요. 원칙상 보호종에게는 총을 쏠 수 없지만 사냥꾼들은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사냥하고 있어요. 이렇게 불법으로 도살되는 동물은 매년 수천마리에 이른다고 해요.

 

 

굳건했던 벽에 균열을 내자


인간의 이기심으로 매년 많은 동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어요. 동물들에 가해지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위는 우리 사회에 관행처럼 뿌리박혀 있어 좀처럼 부서지지 않을 것만 같죠. 하지만 동물법 제정,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 서명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우리가 열망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에요.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앎의 특권을 가진 자에게 행동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어요. 다들 책을 덮고 행동에 나설 준비됐나요?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그래픽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