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소비 위한 '리필스테이션', 지속중인 기업은?

  • 남예진 기자
  • 2024.01.12 10:18
더바디샵에서 운영하는 리필바.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더바디샵에서 운영하는 리필바.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대표적인 소비재인 화장품, 유통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플라스틱 저감에 적극적인 가운데 어떤 기업이 지속적으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필 스테이션을 일시적인 유행에 편승하는 마케팅의 하나로 보지 않고 실제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활용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따르면 전세계가 20년 전에 비해 2배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중이며, 재활용률은 단 9%에 그친다.

그 여파로 인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극지와 심해까지 플라스틱이 뒤덮으면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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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소비자원 <친환경 소분 매장(리필스테이션)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72.9%가 '착한 소비에 (재)동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업사이클링(29.7%)과 '제로웨이스트(22.6%)'에 관심있다고 답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즉 폐기물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불필요한 소비보다는 폐기물 감축과 용기 재사용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통, 화장품, 식품업계에서도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리필스테이션' 운영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마트

이마트 은평점에 설치된 에코 리필 스테이션. (사진 독자 A씨 제공)/뉴스펭귄
이마트 은평점에 설치된 에코 리필 스테이션. (사진 독자 A씨 제공)/뉴스펭귄

이마트는 2020년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환경부, 슈가버블 등과 ‘안전·환경 실속형 가치소비'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통해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했다.

이마트 에코 리필스테이션에선 슈가버블사의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판매 중이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본품에 비해 각각 61.8%, 46.5%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단,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전용용기'에 3L 단위로만 구매할 수 있다.

9개에 달했던 이마트 에코 리필스테이션은 현재 서울시내 은평점과 왕십리점 2곳으로 감축된 상태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해 왔던 리필스테이션 매장을 개선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사당본점 내부에 설치된 그린필박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세븐일레븐은 2021년부터 롯데알미늄, 플랜드비뉴와 함께 자판기형태의 리필스테이션 '그린필박스(GreenFill Box)'를 산천점, 사당본점, 장안현대홈타운점 등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 리필스테이션에선 △샤인메이커스 △에브리케어 △에코띠끄에서 생산한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리필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향후 바디&펫케어 상품도 추가될 예정이다.

그린필박스는 기기 특성 상 사용할 수 있는 용기가 제한적이다. 만약 지참한 용기가 사용하기 어려울 경우, 1000원에 구매하거나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통해 1회 한정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전용용기가 아닌 개인이 가져온 용기에 제품을 담을 수도 있지만, 기기 특성상 높이 21㎝ 이하, 용량 350㎖ 이상인 용기만 사용할 수 있다.

용기를 지참하지 못했거나 가져온 용기가 규격과 맞지 않다면, 전용 용기를 1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혹은 카카오톡에서 '그린필' 채널을 친구 추가할 경우 1회 한정으로 용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엘 헤리티지 매장에선 닥터그루트, 벨먼 제품을 리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LG생활건강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가치소비를 돕고, 프리미엄 브랜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엘 헤리티지 1947'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로수길과 이마트 죽전점에 운영되는 각 매장은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세대로부터 빌린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빌려 쓰는 지구'라는 슬로건 아래 닥터그루트, 벨먼 제품을 리필 판매 중이다. 제품 구매 시 전용 용기를 지참하지 않아도 무관하다.

엘 헤리티지 매장 곳곳에 리필스테이션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엘 헤리티지 매장 곳곳에 리필스테이션에 관한 설명이 적혀있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다만 지난해 가로수길 매장 운영이 종료되면서, 현재 이마트 죽전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LG생활건강에 문의한 결과, "엘 헤리티지1947 가로수길점은 고객들이 친환경 소비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운영해 온 매장이다. 친환경 가치 소비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제고됨에 따라 가로수길점을 폐점했다"고 답했다.

 

아로마티카

신사동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지속가능한 뷰티 제품을 생산하는 아로마티카는 서울 신사동과 하남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매장에선 샴푸, 컨디셔너, 토너, 세제 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다른 기업들과 달리 탄소중립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로마티카의 리필스테이션. 직원에게 빈 용기를 전달하면 원하는 만큼 제품을 담아준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아로마티카의 리필스테이션. 직원에게 빈 용기를 전달하면 원하는 만큼 제품을 담아준다.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빈 용기를 직원에게 건네면 필요한 제품을 리필할 수 있으며, 본품 보다 20~35%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아로마티카 역시 전용 공병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만약 공병이 없으면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더바디샵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 있는 더바디샵.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2층에 있는 더바디샵. (사진 남예진 기자)/뉴스펭귄

화장품 업계 최초로 동물실험 반대를 지지하고, 브랜드 출시 이후 친환경 행보를 지속 중인 더바디샵은 13개 매장에서 리필바를 운영 중이다. 타 기업과 달리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도 리필스테이션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국 총 13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리필바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 더바디샵)/뉴스펭귄
전국 총 13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리필바가 운영되고 있다. (사진 더바디샵)/뉴스펭귄

리필 가능한 품목은 헤어케어, 핸드워시, 샤워젤 등 제형이 꾸덕하지 않은 제품으로 한정된다. 또 알루미늄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본품보다 20%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업에서 리필스테이션 운영에 박차고 있는 한편, 일부 기업은 운영을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GS25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했으나, 시범사업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작년 7월 이마트 자양점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했다. 업체 관계자는 "리필 상품에 대한 인식과 고객 수요가 먼저 밑받침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리필 문화가 활성화된다면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원의 설문 조사에서도 리필스테이션을 알고 있는 소비자 중,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은 33.7%에 그친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리필스테이션 활성화를 위해선 취급 품목이 더욱 다양해져야 하고, 저렴한 제품 외에도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리필스테이션 이용 고객 중 21.1%가 크기와 소재가 각기 다른 '전용용기' 구매를 지적하며, 세척이 용이한 '표준용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수열 소장은 "규격화된 표준용기 도입을 통해 세척이 용이해질 필요 있지만, 한 용기에 여러 제품을 리필해서 쓰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일한 용기에 여러 제품을 리필할 경우 잔류 화학성분에 의해 위생·안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아무리 꼼꼼히 세척하더라도, 약간의 리스크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위생과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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