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야영장 쓰레기' 41톤 파내고 심은 이것

  • 남주원 기자
  • 2023.12.01 12:04
1980~1990년대 야영이 허용됐던 지리산 세석평전 전경.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1980~1990년대 야영이 허용됐던 지리산 세석평전 전경.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야영장 쓰레기 더미가 묻혀있던 자리에 구상나무 군락이 복원됐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는 지리산 세석평전에 남아있던 나대지(지상에 건축물 등이 없는 대지)를 자연숲으로 복원했다고 30일 밝혔다.

세석평전은 지리산 능선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해발 약 1500m에 이르는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고위평탄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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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산림대와 고산대 사이인 아고산대 기후를 갖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높다. 아고산대 생물은 낮은 기온에 적응해 살아왔으므로 급격한 온도상승 등 기후위기에 취약하다. 

특히 한반도 고유종이자 지리산 아고산대 생태계를 대표하는 구상나무는 2010년 무렵 죽어가기 시작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집단고사가 확인됐다. 그중 세석평전 일부 능선부에는 아직 건강한 구상나무 개체가 남아있어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해왔다.

지리산 세석평전에 과거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지리산 세석평전에 과거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이곳 일대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벙커, 참호와 같은 군사시설이 설치되고 무분별한 야영 활동이 행해지면서 토사가 유실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하산,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땅속에 매립됐다.

1995년부터 4년여간 시행된 세석평전 복원사업으로 대부분 본래 모습을 회복했지만, 2400㎡에 달하는 일부 나대지는 여전히 헬기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에 지리산국립공원 측은 지리산 세석평전 훼손지에 과거부터 매립돼 있던 쓰레기를 치우고 구상나무숲을 조성하기에 나섰다. 매립쓰레기를 파내서 처리하고 그 자리에 지리산 자생수목을 식재하기로 한 것이다.

국립공원 측은 "지난해 진행한 청문조사를 통해 세석평전에 야영객 매립쓰레기가 다량 존재한다는 사실 알게 됐다"며 "복원 여건과 필요성 등을 검토해 지난 30여년간 나대지로 이용돼온 이 지역의 복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리산 세석평전 훼손지가 구상나무 군락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식생뿐만 아니라 평탄화, 답압돼 있던 지형을 주변과 조화되도록 복원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지리산 세석평전 훼손지가 구상나무 군락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식생뿐만 아니라 평탄화, 답압돼 있던 지형을 주변과 조화되도록 복원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뉴스펭귄

공단 측은 우선적으로 지중투과레이더(GPR) 지질탐사기법을 활용해 땅속 쓰레기의 존재를 확인한 뒤 올해 3월부터 함양국유림관리소와 협력해 지하 1~4m 내에 매립된 쓰레기 약 41톤을 굴취해 반출했다. 이후 구상나무를 비롯한 자생식물 총 30종 1만1000여본을 식재, 파종했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에 따르면 식재된 수목은 지리산 세석평전 일대에 자생하는 수목을 이식하거나 종자를 채집해 자체 증식한 지리산 자생종이다. 외부 유입으로 인한 2차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지리산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에는 자원봉사자와 탐방객 등 시민 약 100여명도 동참했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지인주 자원보전과장은 “이번에 복원한 지리산 세석평전 일원은 아고산대로서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회복이 더딜 수 있다"며 "주변 생태계와 잘 조화되도록 모니터링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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