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 아프리카펭귄, '이것' 없는 배우자 못 알아봐

  • 남예진 기자
  • 2023.11.23 14:03
실험에 동원된 이탈리아 주마린에서 사육되는 아프리카펭귄. (사진 African penguins utilize their ventral dot patterns for individual recognition 논문)/뉴스펭귄
실험에 동원된 이탈리아 주마린에서 사육되는 아프리카펭귄. (사진 African penguins utilize their ventral dot patterns for individual recognition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일부일처제로 유명한 아프리카펭귄이 배우자의 가슴 무늬를 지우면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탈리아 토리노대학교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내용을 사이언스다이렉트 학회지 '동물행동(Animal Behaviour)'에 최근 발표했다.

동물학자들은 동물들이 무리 구성원을 구별하는 능력을 사회적 협력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본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외형을 바탕으로 타인을 구별하며, 말벌 등 곤충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원을 구분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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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앵무새 등 조류는 포식자를 피해 나무와 덤불 속에 몸을 숨기기 때문에 외형보다는 소리를 통해 개개인을 식별한다. 간혹 고니 등은 일반적인 조류와 달리 맨눈으로 상대를 인지하지만, 어떤 요소로 서로를 구별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연구진은 사육사들이 아프리카펭귄의 가슴팍에 발달한 점무늬로 개체를 구별한다는 사실을 보고, 펭귄들도 같은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확인하고자 이탈리아 주마린에서 사육되는 아프리카펭귄을 1마리씩 격리한 뒤, 총 3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각 사진의 왼쪽은 격리된 펭귄의 배우자 사진이며, 오른쪽은 무리 구성원의 사진이다. 원본 사진과 무늬를 지운 사진을 펭귄에게 보여 반응을 관찰했다. 
각 사진의 왼쪽은 격리된 펭귄의 배우자 사진이며, 오른쪽은 무리 구성원의 사진이다. 원본 사진과 무늬를 지운 사진을 펭귄에게 보여 반응을 관찰했다. (사진 African penguins utilize their ventral dot patterns for individual recognition 논문)/뉴스펭귄

우선 아프리카펭귄을 1마리씩 격리한 후, 펭귄에게 배우자와 무리 구성원의 실물 크기 사진을 각각 1장씩 보여줬다. 그 결과, 격리된 펭귄은 배우자의 사진을 평균 23초 더 오래 바라봤을 뿐 아니라, 배우자의 사진 곁에 2배 이상 더 머물렀다.

이어 수정을 거치지 않은 배우자 사진과 가슴 위 점무늬를 없앤 구성원 사진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한 결과, 첫 번째 실험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펭귄의 사진에서도 점무늬를 제거한 뒤, 격리된 펭귄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그 결과, 격리된 펭귄은 양측 모두 알아보지 못했다.

왼쪽은 격리된 펭귄의 배우자 사진, 오른쪽은 무리 구성원의 사진이다. 격리된 펭귄은 배우자의 사진 곁에 머물렀다. (사진 African penguins utilize their ventral dot patterns for individual recognition 논문)/뉴스펭귄

주 저자인 루이지 바키아도나 연구원은 "펭귄의 걷는 모습을 보고 우스꽝스럽고 우둔한 동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상보다 더 영리하고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펭귄의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 캡처)/뉴스펭귄
아프리카펭귄의 멸종위기 등급. (사진 IUCN 캡처)/뉴스펭귄

한편 아프리카펭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위기(EN, Endangered)'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과거에는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했으나, 현재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 감소, 소음공해, 기름유출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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