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서 사체로 발견된 새끼 고래 뱃속에 있던 '이것'

  • 박연정 기자
  • 2023.11.21 12:23
사체로 발견된 보리고래 한마리. (사진 SBS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서해안에서 사체로 발견된 새끼 고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최근 공개됐다. 

지난 3월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하섬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새끼 고래를 부검하는 내용을 담은 SBS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가 18일 방영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조사 결과, 이 고래는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새끼 보리고래로 확인됐다. 몸길이는 9.6m, 무게는 7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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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고래는 과거 보리를 수확할 시기에 목격돼 붙여진 이름이다. 대왕고래, 참고래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고래로 평균 수명은 약 70년 정도다.

보리고래는 지난 20년간 국내에서 목격조차 된 적 없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등재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다.

보리고래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등급. (사진 IUCN)/뉴스펭귄

수심 깊은 바다에 사는 보리고래가 수심 얕은 서해안에서 발견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5일간의 부검을 진행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진행되는 대형고래 부검이었다.

김선민 수의사는 "지금까진 국내에서 대형고래가 발견되면 거의 다 그냥 매립했다"며 "연구 목적으로 부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부검 과정 중 전문가들은 새끼 고래 내장 끝부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뚜껑을 발견했다. 

고래 내장 끝부분에 발견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뚜껑. (사진 SBS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영상 캡처)/뉴스펭귄
고래 내장 끝부분에 발견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뚜껑. (사진 SBS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영상 캡처)/뉴스펭귄

이영란 수의사는 "수염고래는 목표한 종만 선택해서 먹지 않는다. 물고기, 플랑크톤 등을 물과 함께 한꺼번에 들이마셨다가 먹이만 입 안에 남기고 바닷물을 뺀다"며 "먹이를 섭취하는 과정 중 플라스틱 쓰레기가 먹이에 섞여 들어가 걸러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래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는 일은 전세계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2월 하와이 카우아이섬 앞바다에서 발견된 향유고래 사체에서 통발, 어망, 비닐봉지, 낚싯줄 등 해양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해양쓰레기가 고래 사망 원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해양 동물들이 이를 먹잇감과 혼동해 생명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진행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위해성 연구'에 따르면 전국 12개 해안에서 서식하는 자연산 굴과 담치에서 1g당 최대 0.83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바닷새 11종 중 5종(바다비오리, 회색머리아비, 바다제비, 괭이갈매기, 바다쇠오리) 사체에서도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한편 '고래와 나'는 SBS 창사 특집으로 방영하는 4부작 프로그램이다. 한국 방송 다큐멘터리 최초로 수중 8K RED 카메라의 혁신적 촬영 기술로 고래의 삶을 생생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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