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조류충돌③] "새들의 무덤 되지 않도록" 학교밖 울려퍼진 목소리

  • 남주원 기자
  • 2023.11.13 17:35
이화여대 ECC 건축물에 충돌해 목숨을 잃은 울새 3마리와 진홍가슴 1마리.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이화여대 ECC 건축물에 충돌해 목숨을 잃은 울새 3마리와 진홍가슴 1마리.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이대 조류충돌 1편과 2편에서는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캠퍼스 안에서 펼친 교내 활동을 위주로 살펴봤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이화여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3편에서는 팀이 대외적으로 힘쓰고 있는 활동을 함께 톺아본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에 목소리를 내고, 전국 방방곡곡 강연을 하고, 신촌기차역에 저감조치 시공을 진행하는 등 학교 밖으로 나섰다.

그 일환으로 팀은 2021년 8월 서울특별시 '민주주의서울(현재 '상상대로서울'로 명칭 변경)'에 시민제안을 넣어 변화를 이뤄내는 데 일조했다. 그해 9월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부서답변을 받은 데다가, 시민들의 높은 공감으로 2022년 서울시 우수제안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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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 개선 제안'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올린 시민제안 화면 일부 캡처. (사진 서울시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서울특별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 개선 제안'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올린 시민제안 화면 일부 캡처. (사진 서울시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이들이 건의한 <서울특별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 개선 제안>에는 ▲인공건축물에 죽어가는 야생조류 문제 관심 제고 ▲서울시 환경영향평가 세부평가사항 개정 및 관련 조례 제정 등 제도적 조치 ▲유리창 충돌 피해가 발생하는 건축물 및 피해 가능성이 높은 건축물에 저감조치 시공 등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지난해 10월에는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서울특별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것이다. 해당 조례는 제5장 제20조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 등 법규를 비롯해 사람과 야생생물의 공존을 위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당시에는 실질 조례 제정과 건의 내용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올해 3월 서울시 자연생태과와의 미팅 과정에서 조례 제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안내받았다"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지자체를 향한 소통의 창구로 민주주의서울의 시민제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서울이라는 플랫폼은 시민들이 해결방법을 제안하고, 공감하고, 의견을 덧붙이는 토론장"이라며 "특히 공감수에 따라 관련 부서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론장이나 열린토론회가 개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특별시 건축상 심의 내 생태적 공존 요소 반영 제안'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올린 시민제안 화면 일부 캡처. (사진 서울시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서울특별시 건축상 심의 내 생태적 공존 요소 반영 제안'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올린 시민제안 화면 일부 캡처. (사진 서울시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아울러 팀은 지난해 12월 서울시에 "건축상 심의 내 생태적 공존 요소를 반영하라"고 제안했다. 위 사례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서울 시민제안을 통해 목소리 냈다.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ECC는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프랑스건축가협회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에너지 활용과 인근 녹지보존 등 측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건물이 많은 새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건축적 가치, 친환경 건축물 의미에 대한 의문을 품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뉴스펭귄>에 전했다.

이어 "우리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피해가 이미 확인됐거나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 보이는 서울특별시 건축상 수상 건축물들을 조사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건축의 가치, 방향성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관련 제안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팀은 올해 2월 서울특별시 건축기획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다만 실질적으로 반영된 사항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다.

당시 건축기획과는 "'건축상 공모 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을 막기 위해 '생태적 공존 요소 반영'을 심사기준 항목에 추가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답변드린다"며 "건축상 공모는 '서울특별시 건축문화사업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위원회에서 건축상 공모계획을 심의 또는 자문하는 사항으로 위원회 개최 시 귀하께서 제안하신 의견의 반영 여부가 검토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임을 알려드린다"고 답했다.

그 밖에도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은 학교 안팎으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알리는 강연을 진행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방음벽 조류충돌 조사 및 저감조치 시공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1일 청계천 무학교 유리난간에서 진행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테이프 부착 활동.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지난달 21일 청계천 무학교 유리난간에서 진행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테이프 부착 활동.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지난달 21일 청계천 무학교 유리난간에서 진행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테이프 부착 활동.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한마음 한뜻으로 모인 시민봉사자들이 쭈구려앉아 저감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사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뉴스펭귄

신촌기차역 유리난간, 강원도 양양군 조산초등학교, 청계천 무학교 유리난간, 충남 서천군과 청양군 국도 방음벽… 이 장소들은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시민봉사자들과 찾아가 직접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테이프를 5×10 규칙으로 부착한 곳 중 일부다. 이들은 조류충돌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을 선정해 긴 시간 바닥에 주저앉아 스티커를 붙인다.

팀은 "만약 이 유리난간이 설치될 때부터 문양이 있었다면 새들이 위험에 처하지도, 시민들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부디 새들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즉 애초에 조류충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물을 설계 및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팀이 말하는 좋은 건축 사례는 무엇일까. 또 이미 완공된 건축물의 경우에는 어떤 방안이 새들의 죽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차선책일까. 이어지는 '이대 조류충돌' 4편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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