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식당'을 아시나요? 올겨울도 정상영업

  • 이수연 기자
  • 2023.11.12 00:05
파주 독수리식당 독수리.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뉴스펭귄
파주 독수리식당 독수리.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매년 겨울에만 영업. 전국 7개 지점 보유. 고객은 독수리.'

이곳은 겨울마다 몽골에서 날아오는 독수리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독수리식당'이다. 11월부터 3월까지만 운영하는 독수리식당은 현재 파주, 거제, 김해, 창녕, 통영, 철원, 고성 등 7개 지역에 있다.

살아있는 짐승이나 가축을 사냥하는 독수리(Eagle)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는 독수리(Vulture)는 사냥하는 법을 몰라 동물 사체를 먹는다. 그러나 도시화로 농지가 감소하고 공장식 축산 등으로 동물 사체가 줄어들면서 먹이가 부족해졌다. 야생에서 굶주리는 독수리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3살까지 생존할 확률은 20% 미만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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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몽골에서 3000km를 날아 우리나라로 오는 독수리는 대부분 1~5년생 어린 독수리들이다. 이때 먹이를 주지 않을 경우 굶어 죽거나, 농약으로 폐사한 동물 사체 섭취로 2차 농약중독에 걸리는 등 위험이 있어 곳곳의 주민들이 독수리식당을 만들었다.

현재 독수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준위협(NT, Near Threatened)'에 해당하는 멸종위기종이다.

고성 독수리식당을 이용하는 독수리.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고성 독수리식당을 이용하는 독수리. (사진 자연의벗연구소)/뉴스펭귄

독수리식당은 먼 거리를 비행하느라 탈진한 어린 독수리들에게 인근 농가 등에서 구입한 동물 사체를 제공한다. 먹잇값을 포함한 식당 운영비는 독수리 보전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한다.

자연의벗연구소는 이달 1일부터 고성 독수리식당 운영비 모금을 네이버 해피빈에서 진행 중이다. 990만원을 목표로 하는 이 모금에는 10일 기준 150만원이 기부됐다. 고성은 독수리 약 800마리가 겨울을 보내는 우리나라 최대 월동지다. 김덕성 한국조류보호협회 고성군지회장이 1997년 농약 중독으로 죽어가는 독수리를 발견한 후 지금까지 고성 독수리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모금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독수리를 잘 보살펴달라', '우리나라에도 독수리가 오는지 몰랐다', '멸종위기 독수리를 위한 지원에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파주 독수리식당에 찾아온 독수리 고객.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 제공)/뉴스펭귄
파주 독수리식당에 찾아온 독수리 고객.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 제공)/뉴스펭귄

파주 독수리식당은 15년 전 윤도영 임진강생태보존회 회장이 독수리 먹이를 주면서부터 시작됐다. 윤도영 회장은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올해 11월 말부터 독수리식당이 다시 열릴 예정"이라면서 "처음 7년은 혼자서 먹이를 제공했는데 이렇게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단체를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파주에서 겨울을 보내는 독수리는 평균 200~300마리로 최근엔 점점 늘어나 600마리까지 월동하기도 한다. 

파주에 찾아오는 독수리를 위한 먹잇값만 약 1500만원. 식당 운영비는 어떻게 마련하는지 묻자 윤 회장은 "회비도 모으고, 다들 주머니 털어서 이어오고 있는데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뉴스펭귄
​파주 독수리식당. (사진 임진강생태보존회)/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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