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명화 깨부순 시위 '지지해' vs '제발 멈춰'

  • 남주원 기자
  • 2023.11.08 15:15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기후시위대가 또다시 미술관 명화를 훼손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다.

영국 환경단체 저스트스톱오일(Just Stop Oil) 시위대 2명은 앞서 6일(이하 현지시간)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명화를 파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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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된 작품은 17세기 스페인 거장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다. 시위대가 이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던 운동가들을 지칭)였던 메리 리처드슨이 1914년 동료의 체포와 사형 구형에 반발해 도끼로 이 작품을 훼손한 적 있기 때문이다.

저스트스톱오일 시위대 해리슨(20)과 하난(22)은 안전망치로 작품보호용 유리를 깬 뒤 "여성들은 투표해서 투표권을 받은 게 아니다"라며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할 시간이다. 이제는 석유를 막을 때"라고 외쳤다.

이어 "석유와 가스 개발 허가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빼앗을 것"이라며 "예술과 삶, 가족을 사랑한다면 지금 당장 석유를 끊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진 'Just Stop Oil'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Just Stop Oil'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단체 측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영국 정부에 화석연료 탐사·개발·생산에 대한 모든 허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자 이번 시위에 나섰다. 

시위 다음날인 7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즉위 후 첫 의회 연설을 했다. 영국 의회에서 70년 만에 열린 '킹스 스피치'로 이날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승인 계획을 비롯해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 저스트스톱오일은 이를 염두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단체의 시위를 두고 네티즌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강력한 행동은 기후정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가 직면한 위기상황에 비하면 이 시위는 작은 사건일 뿐", "죽은 지구에는 예술도 없다" 등 댓글과 함께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반대편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결코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모순이다. 저들이 입은 옷에도 석유가 빠질 수 없다", "이건 테러고 범죄다", "오히려 반발심이 든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 'National Gallery'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사진 'National Gallery'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뉴스펭귄

한편 내셔널갤러리 측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시실 내 '거울을 보는 비너스' 자리는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작품 중 하나인 '죽은 군인'으로 대체됐다. 시위대의 공격을 받은 명화는 보존 작업에 들어섰다.

저스트스톱오일은 지난해 10월에도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에 토마토수프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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