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분리배출 이끈 '밸런스게임'...누구 아이디어?

  • 이수연 기자
  • 2023.10.30 17:10
중앙대 재학생이 일회용 컵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밸런스게임' 분리배출함. (사진 서사라 씨 제공)/뉴스펭귄
중앙대 재학생이 일회용 컵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밸런스게임' 분리배출함. (사진 서사라 씨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감자튀김에 초장' vs '회에 케첩'

한 대학생이 최근 유행하는 밸런스게임 형식으로 교내에 일회용컵 전용 분리배출함을 만들어 칭찬이 쏟아졌다.

지난 2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자유게시판에는 '중앙도서관 쓰레기 너무했는데 대박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재학생은 "그간 분리수거가 잘 안돼서 쓰레기가 쌓여 있었는데 누가 이런 귀여운 박스를 뒀다. 학교에서 찾아서 표창장 수여해달라"며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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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사라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서사라 씨 제공)/뉴스펭귄

사진 속 상자에는 '금속배트 오타니' vs '맨주먹 은가누', '감자튀김에 초장' vs '회에 케첩' , '사람 얼굴에 치와와 몸' vs '치와와 얼굴에 사람 몸' 등의 질문이 적혀 있다. 상자 상단에는 빨대와 컵홀더로 투표해달라는 문구가 있다. 밸런스게임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다 쓴 빨대와 컵홀더로 투표하는 방식이다. 재학생들은 적극 동참했다. 상자엔 약 3시간 만에 빨대와 컵홀더가 100개씩 쌓였다.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4학년 서사라 학생이다. 서사라 씨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3학년 때 환경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3년 만에 학교로 복학하니 여전히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다"며 "시험공부를 하다가 문득 밸런스게임이 떠올라 친구들과 가볍게 분리배출함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 씨는 2020년 무인 자동 리필스테이션 '지구자판기'를 만든 창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상자를 설치한 후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투명한 플라스틱 컵으로만 가득 찬 모습에 뿌듯했다"며 "처음에는 적당히 기뻤는데 학교 행정실이나 다른 학교에서도 함께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와서 그때부터 큰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틈틈이 상자에 모인 빨대와 컵홀더를 각각 일반쓰레기와 종이류로 분리해 배출했다. 

일회용 컵 분리배출이 전혀 되지 않은 중앙대 중앙도서관 모습. (사진 서사라 씨)/뉴스펭귄
일회용 컵 분리배출이 전혀 되지 않은 중앙대 중앙도서관 모습. (사진 서사라 씨)/뉴스펭귄
일명 '밸런스게임' 분리배출함을 설치한 이후 플라스틱 배출함에는 주로 투명 플라스틱 컵만 모였다. (사진 서사라 씨)/뉴스펭귄
일명 '밸런스게임' 분리배출함을 설치한 이후 플라스틱 배출함에는 주로 투명 플라스틱 컵만 모였다. (사진 서사라 씨)/뉴스펭귄

이어 "조금 더 쉽고 재밌게 환경을 보호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면서 "사람들이 분리배출 정보를 잘 몰라도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에 동참하도록 에코 인프라가 마련돼야 하고, 앞으로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사라 씨는 시험 기간이 끝나면 해당 분리배출함을 수거하려고 했으나 학교 측과 논의해 설치 기간을 늘릴 예정이다.

한편 이 아이디어를 접한 누리꾼들은 '환경보호를 이렇게 창의적이고 유쾌하게 하다니 놀랍다', '이게 진짜 넛지네', '신박하다', '역대급 밸런스게임'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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