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에 몸이 '칭칭'...개미까지 얽혔다

  • 남예진 기자
  • 2023.10.19 11:56
털개미속의 라시우스 그라디스(Lasius grandis)의 몸에 플라스틱 섬유가 얽혀있다. (사진 Plastics and insects: Records of ants entangled in synthetic fibres 논문)/뉴스펭귄
털개미속의 라시우스 그라디스(Lasius grandis)의 몸에 플라스틱 섬유가 얽혀있다. (사진 Plastics and insects: Records of ants entangled in synthetic fibres 논문)/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인간, 가축,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미세플라스틱이 '육상 곤충'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유럽대학교 등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곤충과 무척추동물 연구저널 '생태곤충학(Ecological Entomology)' 9월호에 발표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아르망 라우셀 모레노 박사과정 학생은 카나리아제도의 라팔마 화산섬에 서식하는 개미를 채집하던 중, 화산 정상에서 복부와 다리 부근에 섬유가 얽힌 개미 3마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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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미 전문가인 J. 마누엘 비달코데로 연구원, 알바로 루나 교수와 함께 개미 몸에 얽혀 있는 섬유를 화학적, 물리적으로 분석했다.

(a)는 털개미속의 라시우스 그라디스, (b)집개미속의 일종이다. 이들의 몸에는 각기 다른 색의 플라스틱 섬유가 얽혀있다. (사진 Plastics and insects: Records of ants entangled in synthetic fibres 논문)/뉴스펭귄
(a)는 털개미속의 라시우스 그라디스, (b)집개미속의 일종이다. 이들의 몸에는 각기 다른 색의 플라스틱 섬유가 얽혀있다. (사진 Plastics and insects: Records of ants entangled in synthetic fibres 논문)/뉴스펭귄

분석 결과, 털개미속의 라시우스 그라디스(Lasius grandis)와 집개미의 몸에 얽힌 섬유가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개미들이 먹이를 찾거나 건축 자재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에 노출됐을 것이며, 이는 서식지에 인접한 도로와 등산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날도래목 유충 일부는 모래, 자갈, 낙엽 등을 활용해 집을 만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 PVC and PET microplastics in caddisfly ( Lepidostoma basale ) cases reduce case stability 논문)/뉴스펭귄
날도래목 유충 일부는 모래, 자갈, 낙엽 등을 활용해 집을 만든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 PVC and PET microplastics in caddisfly ( Lepidostoma basale ) cases reduce case stability 논문)/뉴스펭귄
(a)는 야생서 채집된 날도래목 유충의 집. (b), (c), (d)는 날도래목 유충에게 각각 모래, 모래와 PVC, 모래와 PET를 제공한 후 어떤 집을 짓는 지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유충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건축 재료로 활용했다. (사진 PVC and PET microplastics in caddisfly ( Lepidostoma basale ) cases reduce case stability 논문)/뉴스펭귄
(a)는 야생에서 채집된 날도래목 유충의 집. (b), (c), (d)는 날도래목 유충에게 각각 모래, 모래와 PVC, 모래와 PET를 제공한 후 어떤 집을 짓는 지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유충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건축 재료로 활용했다. (사진 PVC and PET microplastics in caddisfly ( Lepidostoma basale ) cases reduce case stability 논문)/뉴스펭귄

비록 이전에도 수생환경에 서식하는 날도래목 유충이 미세플라스틱을 건축 재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보고됐지만, 육상 곤충이 플라스틱에 얽혔다는 사실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

연구진은 육상 무척추동물이 플라스틱 폐기물에 얽힌 것을 보고한 최초 사례지만, 지금껏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새로운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동 저자인 알바로 루나 교수는 "플라스틱 섬유에 얽힌 개미들은 포획 당시에도 살아있었고, 이동에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어떤 피해를 야기하는지 추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알바로 교수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해양생태계뿐만 아니라 다른 생태계와 생물들에게도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곤충과 무척추동물이 플라스틱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에 관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문가들은 곤충과 미세플라스틱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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