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한국에도 물범이 살고 있다?!

  • 손아영
  • 2023.10.16 11:35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멸종위기종


[뉴스펭귄 손아영] '멸종위기종'하면 저 멀리 북극에 있는 백곰, 아프리카의 코끼리 등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죠.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멸종위기종 동물이 많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피해 높은 숲과 절벽 등에 살고 있거나, 우리가 멸종위기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종인 경우가 많을 뿐입니다. 한국에는 어떤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까나리 맛집' 찾아 백령도 온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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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가문화유산포털)/뉴스펭귄
(사진 국가문화유산포털)/뉴스펭귄

한국에도 물범이 서식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동통한 회색 몸통에 초콜릿 쿠키 같은 점무늬를 가진, 백령도의 점박이물범이 그 주인공입니다. 사람들이 가죽과 약재, 고기 등을 얻기 위해 점박이물범을 남획한 탓에 현재 야생생물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됐죠. 하지만 이런 점박이물범도 처음부터 백령도에서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백령도를 대표하는 해양생물인 '까나리'를 둘러싼 어민과 점박이물범 사이의 눈치싸움 때문이죠. 까나리를 주식으로 삼는 점박이물범이 그물을 찢고 이를 훔쳐 달아나는 일이 잦아지며 어민들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인천녹색연합에서 점박이물범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벌였고, 덕분에 2013년부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해안가를 청소하는 등 점박이물범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점박이물범을 보호하고 주민들의 생계를 살리기 위한 생태관광 체험센터와 물범 전망대 등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네요.

 

 

'소리 없는 사냥꾼' 아산의 수리부엉이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아산의 시조(시를 상징하는 새)로 선정된 수리부엉이는 두 가지 별명이 있습니다. '밤의 제왕'과 '소리 없는 사냥꾼'. 주로 밤에 활동하며 무소음 비행이 가능한 새이기 때문입니다. 깃털 끝에 있는 솜털이 소리를 흡수해 날갯짓할 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죠. 하지만 무시무시한 사냥꾼으로 불리는 수리부엉이도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주요 서식지인 숲과 절벽이 골프장과 도로로 바뀌면서 유리창, 전선과 충돌하거나, 이미 자동차와 충돌해 죽은 사체를 먹기 위해 도로로 내려왔다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해 부딪히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습니다. 결국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죠. 혹시라도 수리부엉이와 같은 야생생물이 부상을 당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음식을 주거나 연고를 발라주는 등의 치료를 해주는 것보다는 즉시 지경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진단이 없는 상황에서는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 사라지면 멸종하는 '금강초롱꽃'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사진 국립생물자원관)/뉴스펭귄

산을 거닐다 보면 이따금 예쁜 종 모양의 보라색 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한국에만 피어나는 금강초롱꽃입니다. 꽃잎이 열리는 부분이 마치 드레스처럼 갈라진 종 모양을 하고 있어 해외에서는 ‘다이아몬드 블루벨(Diamond Bluebell)’로 불리기도 하죠. 국내에서는 중부 지역에서 주로 자라며 강원도나 경기도, 충청남도 일부 지역에서 자라기도 합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꽃이지만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취급됩니다. 전 세계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한반도는 매우 좁은 서식지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국립수목원은 금강초롱꽃을 기후위기에 민감한 희귀식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강초롱꽃은 강수량이 많고 서늘한 고지대를 선호합니다. 국내에서 멸종할 경우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꽃이기에 사전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라는 이유로 주변에 등산로를 많이 만들거나 쉽게 뽑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죠.

 

 

"있을 때 잘하라"는 말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오히려 가까운 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중한 이들의 안부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러다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발견하고 뒤늦게 후회하곤 합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죠. 우리 곁의 멸종위기종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정말 익숙하게 보이는 그들도 어디선가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죠. 오늘은 내가 지나는 길 위 생명의 모습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그래픽 손아영)/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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