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100만톤클럽-전기전자②] 대규모투자 비해 탄소중립은 '글쎄'

  • 이후림 기자
  • 2023.09.21 14:18

전기전자업종 온실가스배출량, 10개 제조업종 중 '4위'
연평균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율 5.5%...제조업 평균 1.4%의 4배
Scope3 감안할 때 RE100으로의 신속한 전환이 관건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국내 전기전자 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도체 세계시장점유율은 미국에 이어 2위이고,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1년 4분기 기준 미국 생활가전 시장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업종 자체의 경쟁력과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다. 21일 기업들의 기후행동을 평가하는 '기업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뉴스펭귄·기후변화행동연구소·국토환경연구원·지속가능발전학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전자업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10개 제조업 가운데 4번째로 많다.

문제는 전기전자업종의 온실가스 연평균 증가율이 제조업 전체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제조업 전체의 온실가스 연평균 증가율은 5년간 1.4%에 그친 데 비해 전자장비 제조업의 경우 5.5% 증가했다. 이는 1위인 화학(5.6%)과 유사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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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내 에너지사용량 역시 5.5% 증가했다. 이는 제조업 전체 에너지소비량 증가율(0.8%)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우수한 산업경쟁력만큼이나 에너지사용과 온실가스배출량 또한 계속해서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는 역행하는 행보다.

 

탄소집약적 분야에 대규모 투자계획

탄소중립 전망은 어두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전기전자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세계 최고수준인 데 반해 탄소중립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내 전기전자 업종 가운데서도 특히 탄소집약적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가 성장성이 가장 높은 제품군으로, 투자확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전자산업 배출량 4분의3 이상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및 최종 조립업체를 포함한 공급업체에서 발생한다.

전기전자 업종 내에서도 반도체는 전력소비량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세계 반도체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계속해서 증가 추세이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 규모가 2030년에는 지금의 2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e-나라지표' 통계를 보면 2018년 우리나라 반도체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K반도체 전략'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생산 규모는 2030년까지 510조원 이상을 투자해 2050년에는 2.2배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공격적인 투자에 걸맞게 성장하려면 국내 반도체를 수입하는 국외 모기업의 탄소중립 압박을 견뎌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 애플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탄소중립 선언 시기를 점점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내 기업이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자전자 업종의 탄소중립

해답은 'RE100'

제조업 전체의 에너지원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을 살펴보면 △전력(35.4%) △석탄(34%) △석유(19%) △도시가스(5.9%) △열에너지(3.3%) △기타연료(2.5%) 순이다.

반면 전자장비 제조업종에서는 전력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92.6%에 해당할 정도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어 도시가스(5.4%), 열에너지(1.9%) 순이고 석탄 직접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전자 업종의 탄소중립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이 결국 RE100(기업의 필요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 달성에 있는 이유다.

RE100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근거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 133개 기업의 Scope3(스코프3·연관 배출) 분석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사용 단계에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비중은 53%로 Scope3의 절반을 넘는다.

생산에서 폐기까지 제품의 생애주기 중에서 사용단계의 에너지소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군은 운송수단과 전기전자다. 사용단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고효율과 에너지원 자체의 탈탄소화가 병행돼야 한다. 에너지 효율 개선만으로는 사용단계 전기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넷제로화할 수 없으므로 RE100 전기로의 전환은 필수다. 

 

광범위한 Scope3 온실가스 배출량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워…감시체계 시급

생산과정부터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A라는 완제품이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이때까지 다수의 원자재 공급사, 부품업체, 운송, 유통사(협력사)가 관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도 배출된다. Scope 3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처럼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범위를 포함해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의미한다.

기업이 자사 활동에 관련된 거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까지 파악하고 관리, 감축해야 한다는 건데 사실상 너무 광범위해 배출량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제조업 공급망에서 Scope3 배출량은 Scope1, 2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전자 업종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 모기업은 각 협력사가 공급한 부품을 조립하고 유통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로 애플의 Scope1, 2 배출량 비중은 전체의 4.6% 불과하지만 나머지 95.4%는 Scope3 영역에서 배출된다.

  가전_LG전자 (2021년) 반도체_SK하이닉스 (2022년) 통신_KT (2022년)
Scope1 0.5% 4.3% 2.3%
Scope2 0.9% 6.5% 65.0%
Scope3 98.6% 89.2% 32.7%

 

국내 전기전자 대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후행동지수 프로젝트팀이 각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가전제품사 LG전자는 98.6%, 반도체 SK하이닉스는 89.2%를 Scope3 영역에서 배출했다. 반면 통신사 KT는 Scope2 배출량이 65%로 가장 컸다.

분석작업을 맡은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이윤희 박사는"이는 국내 시장을 위주로 하는 통신업에 비해 수출 시장 비중이 큰 가전과 반도체기업의 Scope3 배출량 관리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최동진 소장은 "이번 분석을 통해 전기전자 업종의 탄소중립은 전력 탈탄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결국 전기전자 업종의 전력 탈탄소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RE100"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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