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굴리는 장면 보게 될까' 실종 50년 만에 돌아온 소똥구리

  • 이후림 기자
  • 2023.09.13 16:29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한쌍.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경단 굴리는 소똥구리 한쌍.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종인 소똥구리가 반세기 만에 돌아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했다고 13일 전했다.

이번 방사 행사에는 금강유역환경청, 태안군, 국립공원공단, 문화재청 등 관계기관을 비롯해 태안군 모항초등학교 학생 및 주민들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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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에서 진행된 소똥구리 방사 현장.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충남 태안군에서 진행된 소똥구리 방사 현장.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소똥구리는 소, 말, 양 등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분식성 곤충이다. 과거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사이 개체수가 급감해 현재는 야생에서 절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목식에서 공장식으로 변화한 축산 환경, 항생제와 보존제 등 첨가제가 들어간 배합사료 사용, 구충제와 농약 남용, 서식환경 오염 등이 절멸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2019년부터 몽골에서 소똥구리 원종을 도입해 기초생태연구와 최적 사육조건 규명, 인공증식 안내서 마련 등의 인공증식기술 개발 및 야생 적응성 연구를 이어왔다. 그 결과 소똥구리 200마리를 증식해 처음으로 국내 자연환경에 방사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방사한 소똥구리가 실제 생태계에서 서식할 수 있을지 확인할 계획이다.

분변 분해 중인 소똥구리.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분변 분해 중인 소똥구리.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방사 대상지인 신두리 해안사구는 현재 한우를 방목하고 있고, 소똥구리 번식에 유리한 모래 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방사한 소똥구리가 한우 분변을 활용해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분변을 분해한다면 오염물질 저감, 토양 개량뿐 아니라 메탄가스 분해 등 온실가스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흔히 소똥구리하면 떠올리는 소똥을 굴리는 전형적인 장면을 관찰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단 제작중인 소똥구리 한쌍.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경단 제작중인 소똥구리 한쌍.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뉴스펭귄

안세창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파브르 곤충기나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를 미래세대들이 생태계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증식기술을 고도화하고 서식환경을 개선하겠다"며 "단계적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염풍뎅이와 닻무늬길앞장이 등 복원을 추진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멸종위기종과 인간이 공존하는 기반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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