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찾은 기업 SNS 그린워싱, '친환경 마케팅'의 함정

  • 임병선 기자
  • 2023.08.29 00:05
AI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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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시민들이 기업들의 SNS 그린워싱 마케팅을 찾아냈다.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물 제품인 아이시스 8.0에 멸종위기 해양생물 3종 일러스트가 그려진 한정판을 출시했다. 이 제품을 SNS에 홍보하며 “환경을 위한”, “사라져 가는 동물을 알리기 위한”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사진 그린피스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캡처)/뉴스펭귄

시민들은 이 광고를 ‘자연 이미지 남용 그린워싱’이라고 규정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나 국가 등이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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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롯데칠성음료 게시물을 '그린워싱'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해당 제품이 화석연료를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병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다에 사는 멸종위기종에 피해를 줄 우려가 높은데 멸종위기종으로 마케팅을 하는 게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다. 추가적으로 일러스트 중 하나인 웨델바다표범은 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종으로 멸종위기종은 아니다.

삼성전자 직영 판매채널인 삼성스토어는 자사 SNS 카드뉴스로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을 홍보하며 의문의 인증마크 하나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1회용 건전지 배출 Zero(제로, 없다는 뜻)”라며 태양광 충전이 가능한 조작 장치 ‘솔라셀 리모컨’을 함께 내세웠다.

(사진 그린피스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캡처)/뉴스펭귄

콘텐츠를 본 소비자는 이 마크가 정부나 중립적인 기관이 발행한 인증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마크다. 삼성전자가 만든 마크라는 문구는 이미지 아래 작게 쓰여 있다.  또 리모컨의 경우 이미지 아래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쓰여 있는 충전이 필요한 제품이다. ‘녹색 혁신 과장’ 판정을 받았다.

GS칼텍스는 2021년 기준 온실가스 845만 톤을 배출하고 영업이익 2조189억원을 벌어들인 기업이다. 그런데 이들의 SNS에는 ‘시민의 텀블러 사용’과 ‘친환경’을 강조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사진 그린피스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 캡처)/뉴스펭귄

시민들은 이를 ‘책임 전가’로 규정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 기업으로서 책임과 노력은 명시하지 않고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텀블러 사용이라는 시민의 실천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2012년부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를 놓치지 않은 포스코도 포스코건설 SNS를 통해 ‘일상 속 작은 실천’을 강조했다.

위 사례는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9일 발표한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에 등장한 사례 중 일부다.  그린피스가 모집하고 시민 474명이 참가한 ‘그린워싱감시단’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공시 대상 기업집단이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계정 399개를 대상으로 기업의 SNS 그린워싱을 분석했다.

그린피스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바로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이며, 그 책임의 한가운데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기업이 있다”며 “소셜미디어로 확산한 기업의 교묘한 그린워싱 수법과 그 사례를 탐색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구분한 그린워싱 유형은 3가지다. 먼저 관련 없는 제품이나 콘텐츠에 자연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배치하는 ‘자연 이미지 남용’이 있다. 또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친환경 기술을 내세우는 ‘녹색 혁신 과장’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소비자에 요구하는 ‘책임 전가’가 그린워싱 유형이다.

그린워싱 게시물 사례는 총 650개였으며 산업군 별로는 화석연료를 쓰는 정유·화학·에너지 업종에서만 80개가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건설·기계·자재 62개, 금융·보험과 쇼핑·유통 2개 업종이 각각 56개, 레저·엔터와 식음료·생활용품 2개 업종이 각각 54개였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유형 별로는 '자연 이미지 남용'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이 51.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책임 전가' 40%, '녹색 혁신 과장' 18.2%, 기타 14%다.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사진 그린피스 제공)/뉴스펭귄

그린피스는 "부적절한 자연 이미지 남용이나 녹색 혁신 과장 같은 손쉬운 그린워싱 마케팅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실제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역량을 소비자에게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오염자부담원칙'에 입각해 기후위기 책임을 받아들이고 책임 전가를 중단하라고 제안했다. 이어 기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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