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여행 끝 만난 강추위... 날개 달린 것들의 비극

  • 임병선 기자
  • 2020.04.10 17:26
제비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긴 여행으로 그리스에 겨우 도착한 새 수천 마리가 추위에 숨졌다.

국제통신사 AFP(Agence France-Presse)는 9일(현지시간) 아프리카에서 비행을 시작해 그리스에 도착한 수천 마리 조류가 죽었다고 보도했다. 죽은 새들이 그리스 수도인 아테네에 위치한 아파트 발코니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에게 해(Aegean Sea)에 펼쳐져 있는 여러 섬에서도 연이어 발견됐다. 대부분 제비와 칼새였다.

야생동물 보호단체 아니마(Anima) 소속 마리아 가노티(Maria Ganoti)는 “지난 3일 동안 에게 해와 그리스 북부에 높은 바람이 몰아쳤다. 이 바람으로 인해 수천 마리 새가 죽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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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활동하는 조류학 협회 관계자는 “남풍이 북아프리카에서부터 새들을 밀어붙여 에게 해와 몇몇 섬까지 이동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해 평년보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더 많은 조류가 긴 비행 이후 탈진에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친 새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그는 “이동하는 새들이 날아다니는 곤충을 먹으면서 그리스 본토까지 닿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학자는 그리스 언론 그릭리포터(GreekReporter)에 “이 새들은 매년 따듯한 곳을 찾아 먼 길을 온다”며 “이번 해 추운 기온으로 인해 비행 후 탈진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협회 측은 주민들에게 지친 새가 착륙할 수 있게 거리 환경에 신경 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스에서 새를 사망하게 한 추위와 이상 바람이 기후변화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2013년 펴낸 보고서에서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인근을 기후변화에 취약한 지역으로 지목한 바 있다.

풍력발전기와 올빼미 (사진 flickr)/뉴스펭귄

한편, 인간의 활동이 새나 다른 비행 생물에 위협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새가 비행하던 공중(空中)에 인류가 진출하며 비행하는 생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과학 학술지 바이올로지컬 컨저베이션(Biological Conservation)에 발행된 한 논문에 의하면 매해 풍력발전기에 의해 죽거나 치명적 피해를 입는 새는 최소 14만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풍력발전기 근처를 비행하고 있는 새 (사진 flickr)/뉴스펭귄

풍력발전기에 새가 접근하는 이유는 풍력발전기 근처에 벌레가 많아서, 혹은 비행에 유용한 공기 흐름 때문 등 여러 가설이 있지만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풍력발전기 터빈 끝 회전 속도는 250km/h를 넘기 때문에 새가 부딪힐 경우 죽거나 크게 다친다. 목이 잘려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박쥐는 풍력발전기에 이끌리는 특성이 있어 조류보다 많은 수 박쥐가 피해를 입고 있다. 기존 연구결과에 의하면 풍력발전기 근처에서 발견되는 박쥐 사체 중 반 정도는 충돌 흔적이 없다. 이 박쥐들은 풍력발전기로 인해 발생하는 압력에 의해 장기에 손상을 입어 사망한다.

송전선과 고층 빌딩 등 다른 인공 구조물은 풍력발전기보다 설치된 수가 훨씬 많아 큰 피해를 준다. 국내에서 유리창 충돌로 한 해 5만 마리가 넘는 조류가 사망한다는 인천야생조류연구회 연구 결과도 있다. 

인류가 점점 높은 곳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비행하는 야생 생물이 인공 구조물에 의해 입을 피해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줄에 걸려 죽은 새 이미지 (사진 flickr)/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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