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예정지가 멸종위기 대흥란 최대서식지, 옮기면 된다고?

  • 임병선 기자
  • 2023.08.03 17:22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자산에만 사는 거제외줄달팽이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거제남부관광단지 예정 부지 멸종위기종 공동조사에서 기존 환경영향평가에 비해 훨씬 많은 개체수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멸종위기종 서식지 노자산의 명운이 다시 판가름날 전망이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경상남도 거제시 남부면과 동부면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과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사업자인 거제시와 경동건설이 사업 진행에 필요한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면서 사업 부지 내 멸종위기종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후 낙동강유역청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 공동조사를 하고 경상남도가 환경청과 협의해 사업을 승인하도록 했다. 이에 경상남도 추천 전문가 2인과 낙동강유역환경청 추천 전문가 3인이 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멸종위기종 2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사진 원종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조사 대상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인 대흥란과 거제에서만 서식이 확인된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 복족류 거제외줄달팽이다. 대흥란 조사는 지난달 11일과 20일 두 차례 이뤄졌다. 거제시가 작성해 경상남도로 넘긴 자료에 따르면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 부지 내에서 대흥란 727개체가 발견됐다. 대흥란 서식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앞서 환경영향평가에서 전문 업체인 삼영기술이 기재한 95개체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사진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뉴스펭귄

골프장 예정지에서는 457개체, 숙박시설 예정지 103개체, 조성 녹지 예정지 110개체다. 기존 계획으로 서식지가 유지되는 건 57개체에 불과하다. 또 환경영향평가 시 죽은 껍데기 1개만 있다고 했던 거제외줄달팽이는 지난 7월 13일과 14일 공동조사에서 살아 있는 개체 22마리가 8개 지점에서 발견됐다.

 

문제 해결 열쇠 쥔 낙동강유역환경청

현재 중요한 건 공동조사 결과에 따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경상남도에 어떤 협의의견을 내는지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경상남도로부터 공동조사 결과를 수령한 지 1주일 정도 됐다. 경상남도는 승인권자이긴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협의의견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2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측은 “검토 단계이며 가닥도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안개 낀 노자산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노자산의 자연환경을 기록해 온 사람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측은 “환경영향평가서 거짓작성이 확인되면 협의기관은 평가서를 반려하거나 부동의할 수 있다”며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사업자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는 사실과 달리 개체수가 매우 적게 작성됐다는 지적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총 3차까지 있어 2번 보완할 수 있는데, 거제남부관광단지는 이미 3차에서 조건부 통과했다.

앞서 사업자는 대흥란이 발견되자 서식지 일부는 원형보전하고 일부는 이식하기로 했다. 원형보전이란 특정 생물이 살던 서식지를 그대로 남겨둔다는 의미다. 하지만 공동조사 결과, 기존 설정된 원형보전지로는 사업 부지 내 대흥란 대부분을 보전할 수 없다. 

 

"대흥란 이식 협의했다"는데...누구랑 어떻게?

공동조사 전까지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맡긴 삼영기술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도 대흥란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방식을 환경청에 제출해왔다. 대흥란을 옮겨서라도 개발을 하는 방안이다. 당시 이식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대흥란 대규모 이식을 보전 방안으로 인정하느냐가 대흥란 서식지의 명운을 가른다.

환경영향평가서 2차에서 사업자 측은 대흥란을 이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며 계획 보완을 요구했다. 다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3차 때 공동조사 이후 결정하는 조건으로 동의했다.

거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재보완) 문서 중 발췌

법정보호종 대흥란

-개체군의 형태가 아니라 개별 개체가 확인되는 경우 원형보전지로 이식할 계획이나 쪽 대흥란은 서식 환경 조건이 까다롭고 이식할 경우 생존이 어려움

-국립공원연구원에서 증식기술은 확보하였으나 쪽 증식과 현지 이식은 상황이 매우 다르므로 실제 이식한 사례가 있는지 이식 관련 전문기관 서식지 외 보전기관 등 등을 파악하여 제시하여야 함 기존의 사례가 없다면 서식 환경 조건이 까다롭고 이식할 경우 생존이 어렵다 는 식물분류학 전문가의 의견이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음

✻「엽록소가 있는 듯 없는 듯, 대흥란 」(현진오, 사이언스타임즈 기고, 2015.10.13)

※ 대흥란 관련 자문의견서는 식물분류학 전공자의 의견을 받는 것이 바람직함(67쪽)

-이식 후 개체의 감소가 확인될 경우 국립공원연구원과 함께 증식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으로 제시(76쪽)하였으나, 국립공원연구원과 협의한 사항인지 근거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증식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현지에 이식이 어려운 개체들이 있으므로 대흥란의 이식가능여부에 대한 해당 기관의 확인이 필요함

문제는 대흥란 이식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연구조차 없다는 점이다. 대흥란 이식은 그간 연구나 실험이 이뤄진 바 없고, 서식 조건도 까다롭다. 만약 이식을 선택한다면 야생 개체를 대상으로 배경도 없는 실험을 하는 셈이다. 

삼영기술 측은 환경청의 요구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3차를 내놓으며  추연식 경북대 생물학전공 교수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식 계획을 제시했다. 만약 이식이 실패하면 다른 곳에서 대흥란을 증식한 다음 자생지로 이식한다는 계획도 냈다. 증식은 특정 지역에서 개체수를 늘리는 일이며, 이식은 한 곳에 있는 식물을 다른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옮기는 작업이다. 

삼영기술은 “증식 및 이식 단계에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협업으로 진행하며, 현장조사를 통한 대흥란 개체, 종보전 필요성 확인, 종감소시 증식계획 수립, 증식 기술 적용 가능성의 판단, 증식된 개체의 이식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라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올해 6월 조건부 동의를 받아냈다.

그러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측은 대흥란 이식에 관해 협의된 게 없고, 대흥란 이식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또 KCI등재 연구 중 추연식 교수는 물론 다른 연구진이 작성한 대흥란 이식 관련 논문은 없다.

환경영향평가서에 협업 담당자로 기재된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한라산연구부장은 “이식에 대해 디테일하게 논의한 바는 없다. 공적인 기관으로서 요청이 온다면 우리가 증식에 대해 지금까지 연구한 부분은 제공한다. 그러나 증식에 대해서도 공식적 논문이나 연구결과는 발표된 적이 없고, 이식의 경우는 연구된 바도 없다. 이식이 가능한지 여부도 당연히 따져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2일 뉴스펭귄에 말했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