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도 피할 수 없는 숙제 '탄소중립'

  • 박연정 기자
  • 2023.08.03 17:32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탄소중립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넷제로(Net Zero)'라고도 불리는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명세서 배출량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정유 4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K에너지 670만 4092tCO2eq(전년 대비 3.1% 감소), GS칼텍스 845만 6147tCO2eq(8.6% 증가), 에쓰오일 1003만 6497tCO2eq(4.8% 증가), HD현대오일뱅크 751만 609tCO2eq(9.8% 증가)이다.

배출량은 에쓰오일이 가장 많고, 현대오일뱅크의 증가율이 가장 높으며, 유일하게 SK에너지만 감소했다. SK에너지 배출량 감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의도적으로 가동률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으나, SK에너지 측은 천연가스로의 연료 전환 등 감축 노력의 결과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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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정유업계는 업계 특성상 탄소 배출이 높다. 정유업계가 호황일수록 아이러니하게 환경은 불황에 빠진다. 하지만 탄소 절감은 정유업계도 피할 수 없는 숙제다. 정유업계 역시 이를 인식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GS칼텍스)/뉴스펭귄

폐플라스틱 순환 경제 구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2022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따르면, 지난 20년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 배출량은 2 이상 늘어난 반면 재활용률은 9% 불과했다. 이에 정유업체들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구축할 있게 노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MR(Mechanical Recycling, 물리적 재활용) 기술 CR(Chemical Recycling, 화학적 재활용) 기술 도입했다. MR이란 플라스틱 쓰레기를 선별, 분쇄, 세척해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국내 정유사 GS칼텍스가 유일하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를 생산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물리적 재활용을 통해 생산된 제품은 순도가 낮아 건설 자재 등에만 사용되는 활용 범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GS칼텍스는 이러한 문제를 고도화된 재활용 기술로 해결해 자동차, 가전제품 다양한 부품으로 활용될 있게 했다

CR 물리적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 쓰레기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석유화학의 원재료로 생산하는 재활용 기술이다. GS칼텍스는 2021년부터 CR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을 300~500℃ 고열로 가열해 만든 유류로, 플라스틱 원료로 활용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자원순환 로드맵. (사진 HD현대오일뱅크)/뉴스펭귄

HD현대오일뱅크도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생산된 열분해유를 정유공장에 투입해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제품에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 ISCC PLUS를 취득했다. 또 열분해유 투입량을 점진적으로 늘려 친환경 제품 생산을 확대하고 시장 수요 증대에 맞춰 열분해유 직접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그 외 폐타이어, 스티로폼, 폐윤활유 등 다양한 자원 재생을 위해 국내외 석유 화학사 및 제조사들과 사업 협력 관계도 구축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5월 안와르 알 히즈아지가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승인받았다. 이로써 향후 2년 실증기간 동안 최대 1만 톤 열분해유를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 등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 측은 "기존 연료유, 석유화학 제품과 동일한 품질이지만 탄소집약도가 낮은 제품 및 중간원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GS칼텍스)/뉴스펭귄
(사진 GS칼텍스)/뉴스펭귄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 및 온실가스 감축 노력

기후위기가 심화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정유회사들은 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바이오항공유, 재활용 아스콘 등도 주력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블루수소 생산 및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CCUS는 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을 통한 탄소감축 방안으로, 수소 생산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블루수소 생산을 가능케 한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사업도 도입하고 있다. 2019년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했고 2020년에는 모빌리티 인프라와 라이프 서비스가 결합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출범했으며, 2022년엔 전국 119개 주유소 및 LPG 충전소 248면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9일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사업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오항공유는 동ㆍ식물성 기름이나 폐식용유 등을 가공해 생산하는 연료로, 화석연료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온실가스 저감 필요성에 따라 2050년까지 항공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 탄소중립 달성에 힘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세계 항공 수요에 비해, 항공기 연료는 전동화 및 수소 연료 등의 전환이 늦을 것으로 추측됐다. 항공기 연료가 승용차, 선박 등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부피 및 무게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바이오항공유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GS칼텍스 측은 "바이오항공유 실증 진행을 통해 글로벌 저탄소 기조에 맞춰 국내에서도 바이오항공유 도입 기반에 필요한 각 사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검증할 예정"이라며, "향후 바이오항공유 상용화 촉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공공기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 덧붙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수소 및 암모니아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업계 최초로 차량용 초고순도 수소를 출하했다. 연료전지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초고순도 수소를 생산해 연간 약 800톤 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하루에 약 400대 수소차를 충전할 수 있는 많은 양이다.

또 그린수소에 대한 수요가 크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수전해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그린수소는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전해질막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에 HD현대오일뱅크는 고성능, 고내구성의 전해질막을 개발하고 있으며, 불소계 강화복합형 고분자전해질 막과 그 핵심 원료인 불소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반적인 수소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와 저탄소 에너지 생산 관련 연구개발 등 협약을 4건 체결했다. 에쓰오일 측은 "사우디아람코의 협약을 통해 경쟁력 있는 블루수소와 블루암모니아를 국내에 들여와 저장ㆍ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SK에너지는 중소기업에 재활용 아스콘 생산을 위한 아스팔트 탱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SK에너지)/뉴스펭귄
SK에너지는 중소기업에 재활용 아스콘 생산을 위한 아스팔트 탱크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SK에너지)/뉴스펭귄

SK에너지는 재활용 아스콘 전용 아스팔트를 개발 및 지원하고 있다. 재활용 아스콘은 신규 골재 채석 방지, 신규 아스팔트 생산 저감 등의 자원 절감과 폐기물 감축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도로 정기보수로 매년 대량의 폐아스콘(건설 폐기물)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재활용 아스콘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재활용 아스콘 생산 시 투입되는 재료와 품질 관리 요소가 늘어나 중소업체 아스콘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에너지는 이에 착안해 재활용 아스콘 전용 아스팔트를 개발했으며, 재활용 아스콘 생산 전용 설비 도입이 어려운 아스콘사에게 기금을 지원하는 등 상생협력을 실현했다. 이로써 폐아스콘 재활용은 물론이고 상생협력을 실현하며 사회적 가치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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