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 녹자, 37년 된 주검 떠올라

  • 박연정 기자
  • 2023.07.31 12:42
스위스 테오둘 빙하에서 발견된 실종된 독일 등반가의 등산화. (사진 Valais Cantonal Police)/뉴스펭귄
스위스 테오둘 빙하에서 발견된 실종된 독일 등반가의 등산화. (사진 Valais Cantonal Police)/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유럽 알프스 빙하가 녹아내리며 1986년 이후 실종된 독일 등반가의 시신이 발견됐다.

BBC는 이달 초 스위스 체르마트 위 테오둘 빙하(Theodul Glacier)를 지나던 등반가들이 1986년 실종된 독일 산악인 시신을 발견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신의 등산화와 아이젠도 함께 발견됐다.

DNA 분석 결과 시신은 37년 전 실종됐던 독일 등반가의 것으로 밝혀졌다. 실종됐던 당시 그의 나이는 38세였으며, 경찰은 등반가의 이름을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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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대적인 수색과 구조작업을 진행했으나 그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빙하가 녹으며 옛날에 발생했던 사고 현장이 속속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엔 1968년 추락한 비행기 잔해가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에서 발견됐고, 2014년엔 1979년부터 실종 상태였던 영국 등반가 조나단 콘빌 시신을 헬리콥터 조종사가 발견했다. 당시 조종사는 스위스 마테호른에 위치한 산악 피난처에 보급품을 배달하던 중 시신을 발견했다고 알려졌다. 또 2015년엔 마테호른 빙하 가장자리에서 1970년 눈보라 속에서 실종된 두 명의 일본 등반가가 발견되는 일도 있었다.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피셔빙하의 1928년 모습. (사진 Swisstopo and VAW/ETH Zurich)/뉴스펭귄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피셔빙하의 1928년 모습. (사진 Swisstopo and VAW/ETH Zurich)/뉴스펭귄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피셔빙하의 2021년 모습. (사진 Swisstopo and VAW/ETH Zurich)/뉴스펭귄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피셔빙하의 2021년 모습. (사진 Swisstopo and VAW/ETH Zurich)/뉴스펭귄

지구가열화로 빙하가 녹으며 시신이 드러나고 있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와중에 해빙으로 인한 여러 문제점도 야기되고 있다. 첫 번째로 나라 간 국경이 바뀌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지대가 변했다.

통상적으로 국경선은 해빙수가 흐르는 유역 분수계(하천의 유역을 나누는 경계)를 따라 설정돼 있다. 그런데 빙하가 줄어들며 유역 분수계 위치도 이동했다.

이로 인해 등산객들과 스키어들이 많이 찾는 이탈리아 산장 리푸지오 가이드 델 세르비노(Rifugio Guide del Cervino)가 현재 스위스에 위치하게 됐다. 스위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을 어떻게 다시 그을 것인지 협상을 첨예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해빙은 유럽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산 빙하는 유럽 환경의 핵심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빙하가 저장하는 겨울철 눈들은 라인강과 다뉴브강과 같은 유럽의 강을 채우고, 농작물에 물을 공급하거나 원자력발전소 냉각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올해와 작년 모두 빙하가 줄어듦에 따라 라인강 수위가 낮아져 네덜란드에서 독일을 거쳐 스위스로 공급품을 운반하는 화물선 운항이 어려워졌다.

또 빙하의 차가운 물은 강을 식혀 물고기들이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 살지 않게 도와주는데 빙하가 감소하면 물고기들의 생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1년 전, 스위스 빙하 전문가들은 "얼음이 녹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며 우려했다. 특히 알프스 빙하는 다른 빙하에 비해 얼음 크기가 작아 기후위기에 취약하다.

알프스 기온은 10년에 약 0.3℃씩 따뜻해지고 있는데, 이는 지구 평균보다 약 2배 빠른 속도다. 빙하는 1931년 이후 부피가 절반으로 줄었고,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르게 줄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속도라면 금세기 말에는 거의 모든 고산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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