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년 만 꿈틀...선충이 깨어났다? 영구동토층에서 나온 '이것'

  • 이후림 기자
  • 2023.07.30 00:05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 '파나그로라미무스 콜리마엔시스'.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 '파나그로라미무스 콜리마엔시스'.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작은 선충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약 4만6000여 년간 생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분자생물학연구소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Anastasia Shatilovich) 교수 등 공동연구진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학술지 '플로스유전학(PLOS Genetics)'에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구동토층은 지중온도가 2년 이상 영하로 유지된 토양으로, 땅속이 2년 내내 언 상태로 있는 지대를 일컫는다. 가장 오래된 영구동토층은 65만 년 이상 녹지 않고 얼어 있는 곳도 있다. 최근 영구동토층이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급격히 녹기 시작하면서 땅속에 묻혀있는 수많은 생물 표본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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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그로라미무스 콜리마엔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을 얻은 이 선충 역시 2018년 시베리아 콜리마강 인근 고대 토양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에 의해 냉동 상태로 처음 발견됐다.

선충이 발견된 지점.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선충이 발견된 지점.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연구진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통해 선충 주변에 얼어붙은 식물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선충이 휴면상태로 약 4만6000년에서 최대 4만8000년간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은 탄소14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 화석이나 뼈의 나이를 추정하는 분석법이다. 현대 고고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대측정법의 하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선충은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260만~1만1700년 전) 사이 휴면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영구동토층은 그 이후로 녹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개체가 수만 년간 빙하에 갇혀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일부 선형동물이나 완보동물은 극한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신진대사를 멈추면서 '휴면상태(크립토바이오시스·Cryptobiosis)'에 들어갈 수 있다.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 '파나그로라미무스 콜리마엔시스'.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선충 '파나그로라미무스 콜리마엔시스'. (사진 아나스타샤 샤틸로비치 - 플로스유전학 저널)/뉴스펭귄

연구진은 "처음 발견된 개체는 수개월밖에 살아남지 못했지만 새롭게 번식한 개체들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연구진은 기후위기에 따른 지구가열화 영향으로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수만 년 동안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멸종 선충류가 부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극한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충류는 수천 년간 동면상태에서 생존하도록 진화했다"며 "이는 곧 멸종한 선충류도 영구동토층에서 탈출하면 되살아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고대 선충류를 깊은 잠에서 깨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전염력을 유지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등 생태계와 인류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구동토층은 빠르게 녹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대학교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영구동토층은 당초 예상보다 약 70년 더 빠르게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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