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토착종 위협하는 외래 열대어

  • 이후림 기자
  • 2023.07.24 18:43
나일틸라피아. (사진 Bjørn Christian Tørrisse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나일틸라피아. (사진 Bjørn Christian Tørrissen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생태계 교란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외래 열대어가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상지대학교 생명과학과 이황구 박사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국내 하천에 서식하는 외래종 틸라피아 개체군이 서식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한국환경생물학회지'에 최근 발표했다.

틸라피아는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시클리드과 열대어다. 전세계적으로 양식되는데, 한국은 1955년 처음으로 양식용 나일틸라피아를 수입했다. 양식용으로 길러지던 틸라피아 개체군이 양식장이 아닌 국내 하천에서 확인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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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하천에서 발견되는 틸라피아 대부분은 양식장과 낚시터에서 유입되거나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방사한 개체들이다. 국내 야생에서는 경기도 황구지천에서 나일틸라피아가 최초 발견된 이후 달서천, 금호강, 곡교천 등에서 서식이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대부분이 열대성 어류로 알려진 틸라피아는 일반적으로 수온 10~12℃ 이하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 겨울철 담수 수온은 이보다 낮아 생존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온배수(냉각수로 쓰이고 배출되는 온수)가 유입되는 곳을 중심으로 연중 서식이 확인된 바 있다.

연구진은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통해 국내 수온을 분석한 결과, 겨울철 하천 수온이 상승하면서 향후 틸라피아 서식범위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1~2070년 사이 연평균기온은 지금보다 2.3℃ 상승하는데, 이 수치라면 열대어인 틸라피아가 국내에서 겨울을 날 수 있는 곳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추정한 기간별 기온 및 수온분포 변화. (사진 한국환경생물학회지)/뉴스펭귄
시나리오에 따라 추정한 기간별 기온 및 수온분포 변화. (사진 한국환경생물학회지)/뉴스펭귄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틸라피아 양식장 혹은 낚시터로 이용되고 있는 저수지와 연못은 총 10곳이다. 현재 국내에는 일부 양식장과 낚시터에서 틸라피아를 사육해 유통하거나 낚시터에 방류해 낚시꾼들의 레저스포츠로 활용되고 있다.

틸라피아는 성장과 번식이 빠르고 생존율이 높아 토착종을 위협하고 담수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침입종에도 나일틸라피아와 블루틸라피아가 포함됐다.

국내 틸라피아 양식장 및 낚시터 분포. (사진 한국환경생물학회지)/뉴스펭귄
국내 틸라피아 양식장 및 낚시터 분포. (사진 한국환경생물학회지)/뉴스펭귄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틸라피아의 잠재적 서식가능 지역이 증가하면서 서식처 내 생물다양성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 이상의 확산을 방지하고 새로운 서식처로의 이입을 예방하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틸라피아 서식이 가능한 하천 주변에 자리 잡은 양식장과 낚시터에서 틸라피아가 탈출하거나 인위적으로 이입될 경우, 현재보다 많은 지역에서 서식할 수 있다"며 "특히 양식에 특화된 개체군은 야생 개체군보다 상대적으로 성장과 번식속도가 매우 빠르다. 서식지를 대상으로 중·장기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동시에 서식처 영향, 위해성 평가,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에 나일틸라피아가 도입된 후 나일틸라피아를 제외한 다른 시클리드과 민물고기가 대부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루파'로 잘 알려진 멕시코 도롱뇽 '아홀로틀'도 틸라피아 침입을 비롯해 도시와, 관개농업, 환경오염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개체수가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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