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화학적재활용 상생해야" 화학사 폐자원 순환사업 속도

  • 이후림 기자
  • 2023.07.21 10:22
SK케미칼의 스카이펫이 적용된 오뚜기 육류소스. (사진 SK케미칼)/뉴스펭귄
SK케미칼의 스카이펫이 적용된 오뚜기 육류소스. (사진 SK케미칼)/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최근 SK케미칼은 오뚜기와 손잡고 육류소스 용기에 순환재활용 원료를 적용했다. 소스와 직접 닿는 포장재 부분에 재생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100% 순환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제품을 상업화한 건 국내 최초다.

SK케미칼이 오뚜기의 돈가스소스와 스테이크소스 패키지에 적용한 소재는 '순환재활용페트(CR-PET, Circular Recycle PET)'인 '스카이펫(SKYPET)'이다. 재생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이 소재는 SK케미칼과 오뚜기의 식품 포장재 자회사 풍림 P&P가 지난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동 개발했다.

순환재활용이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깨끗한 원자재 상태의 원료로 만드는 SK케미칼의 '화학적재활용' 기술이다. 폐플라스틱을 세척해 녹인 후 성형해 다시 쓰는 '물리적재활용' 방식보다 비교적 안전하게 폐플라스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스펭귄 기자들은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멸종위기를 막기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정기후원으로 뉴스펭귄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세요. 이 기사 후원하기

SK케미칼에 따르면 순환재활용페트는 석유 기반의 기존 페트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또 유럽 등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해외 수출에도 비교적 유리하다.

SK케미칼은 오뚜기 육류소스 용기 외에도 제주삼다수의 친환경 제품인 '리본(RE:born)'에 같은 소재를 적용하거나 칫솔 전문기업 KNK와 협업해 재활용 소재를 적용한 '6도씨 에코 칫솔'을 출시하는 등 순환재활용 소재 적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의 화학적재활용 소재가 적용된 제주삼다수. (사진 SK케미칼)/뉴스펭귄 
SK케미칼의 화학적재활용 소재가 적용된 제주삼다수. (사진 SK케미칼)/뉴스펭귄 

이처럼 기존 재활용에 제약이 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폐플라스틱이 가치를 갖게 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울러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재생플라스틱 사용 의무화 규제가 강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과거 안전성 문제로 규제가 심했던 식품용기 제조에도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는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최근 정부를 비롯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기술 선점을 위해 물리적재활용보다 화학적재활용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물리적재활용 기술 관련 투자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시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지금 정부도 화학적재활용 기술 중 하나인 열분해 기술에 들떠있고 기업들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재활용을 하더라도 물리적재활용이 우선시돼야 하고 마치 화학적재활용이 더 우수한 기술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화학적재활용이 불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접근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화학적재활용은 물리적재활용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결국 함께 병행하고 상생해서 발전해 나가야 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 "화학적재활용을 통해 재활용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국내에서 정말 실현가능한 기술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면서 "화학적재활용을 위한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아직까지는 물리적재활용이 더 우세하다고 알려졌다. 녹여서 재생원료로 만드는 물리적재활용이 화학적재활용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오염물질과 물질손실도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재활용은 오염이 심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없고 재활용을 할수록 품질이 떨어져 무한순환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화학적재활용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결국 두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한다는 결론이다.

롯데케미칼의 재생플라스틱 생산공정 및 사업추진 계획. (사진 롯데케미칼)/뉴스펭귄
롯데케미칼의 재생플라스틱 생산공정 및 사업추진 계획. (사진 롯데케미칼)/뉴스펭귄

국내 PET 생산 1위 기업인 롯데케미칼은 물리적ㆍ화학적 방식 모두에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물리적·화학적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재활용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회사는 2030년까지 재활용 제품 판매를 100만 톤까지 늘리고, 사업 매출을 2조원 규모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LG화학도 화학적재활용 기술 개발과 함께 물리적재활용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레벤타스(Reventas Limited)'에 약 14억원을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했다. 레벤타스는 플라스틱 물리적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LG화학은 이 회사와 협력을 통해 물리적·화학적재활용을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펭귄은 기후위험에 맞서 정의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내 유일의 기후뉴스입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후저널리스트들이 기후위기, 지구가열화, 멸종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다수의 언론상을 수상했습니다.

뉴스펭귄은 억만장자 소유주가 없습니다. 상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일체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금전적 이익이나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리의 뉴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뉴스펭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후원을 밑거름으로, 게으르고 미적대는 정치권에 압력을 가하고 기업체들이 기후노력에 투자를 확대하도록 자극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기후위험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데 크게 쓰입니다.

뉴스펭귄을 후원해 주세요. 후원신청에는 1분도 걸리지 않으며 기후솔루션 독립언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만듭니다.

감사합니다.

후원하러 가기
저작권자 © 뉴스펭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