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나선 ESG 경영지원…중소기업 동아줄 될까

  • 이후림 기자
  • 2023.07.14 12:21
(사진 LG전자)/뉴스펭귄
(사진 LG전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ESG경영은 이제 대·중소·중견을 불문하고 기업 생존을 위한 시대적 과제가 됐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친환경과 사회적책임, 지배구조개선 등을 고려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ESG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주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ESG 공시를 지키지 않은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수출을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방안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협력사에 대한 ESG 평가를 실시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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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가 30대 대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26개사)는 협력사의 ESG를 평가했다고 답했다. 2019년 17개사 대비 30% 증가한 수치다. 평가 대상 협력사 개수 또한 늘었다. 

이렇게 평가한 자료는 실제 협력사들의 생존에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영향을 끼쳤다. 평가를 실시한 대기업 약 70%가 평가결과를 인센티브 혹은 페널티 부여 등 방식으로 구매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수 년 사이 급격히 떠오른 ESG경영은 중소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경영이 확산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스스로 관련 제도를 마련하거나 역량을 키워나가기에는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대기업이 협력사들에 요구하는 ESG 평가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이 나섰다. LG전자, 삼성전자, SK 등은 협력사들의 ESG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펀드를 신규 조성하거나 확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응답 협력사들이 △시설 설비 개선(20.4%)과 △ESG 관련 자금(19.4%)을 대기업 지원 필요 우선순위로 꼽은 만큼, 자금 지원과 관련된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LG전자

(사진 LG전자)/뉴스펭귄
(사진 LG전자)/뉴스펭귄

LG전자는 협력사 ESG 경영활동 지원을 위한 ESG펀드를 신규 조성했다고 11일 밝혔다. 규모는 시중은행과 예탁, 출연금 등으로 조성한 1000억원이다.

협력사는 이 펀드를 △탄소감축 및 저탄소 관련 신기술 △재생에너지 전환 △에너지 저감에 필요한 설비 투자 등 공급망 단계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지원을 통해 협력사들은 ESG 경영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감면금리로 조달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는 ESG 관련 법안 등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감면 금리로 제공하는 펀드대출은 발표 일자인 1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1, 2, 3차 협력사 모두 신청할 수 있고 내부 기준에 맞춰 심사가 완료되면 시중은행 승인을 통해 이자감면이 가능하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LG전자 관계자는 "어느 정도 신청을 받고 나면 내부 기준에 맞춰 대상에 적합한지 LG전자가 직접 심사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협력사들에 2000억원 규모 상생협력펀드를 운영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왔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대비 금리 감면율을 2배 이상 적용했다. 협력사 측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회사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교육 및 인증 심사지원 △탄소저감 컨설팅 △탄소배출량 조사 등 협력사 ESG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협력사 대표 150명을 대상으로 'LG전자 협력사 동반성장∙ESG 교육'을 진행했고, 잠재 위험을 점검하는 ESG 리스크 점검활동 또한 1,2차 협력사에서 올해부터 3차 협력사까지 대상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왕철민 전무는 "협력사들의 ESG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을 통해 협력사의 제조 경쟁력 확보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및 ESG 투자를 돕기 위해 1조원 규모 ESG펀드를 조성해 2024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지역 중소기업 비중을 대폭 확대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또 회사는 올해부터 협력회사 대상 교육을 지원하는 상생협력아카데미 교육센터에서 온실가스 감축, 공급망 실사법 대응, 공정거래 정책 등 ESG경영 관련 22개 과정을 신설했다. 관련 현안에 대한 협력사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이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은 3월 개최한 '2023년 상생협력데이'에서 협력회사 회원사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움츠리기보다 실력을 키워 근원적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달라"며 "공급망 전체의 생존을 위해 ESG경영에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SK

(사진 SK)/뉴스펭귄
(사진 SK)/뉴스펭귄

SK는 지난달부터 신한은행과 손잡고 ESG 우수협력사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양사는 올 연말까지 ESG 관련 저금리 대출을 최대 수백억원까지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동시에 중소협력사 대상 ESG 컨설팅 등도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양사는 5월 SK텔레콤 협력사인 ㈜다솜에스엔씨에 무이자로 10억원을 대출해준 것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SK㈜ C&C, SK E&S, SK네트웍스 협력사인 대연, 인피니티컨설팅 등 총 4개사에 평균 3.4% 포인트 낮은 금리로 18억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현재 10여 개 협력사에 대한 대출을 추가 심사 중이다.

이들 협력사들은 모두 SK가 실시한 ESG 진단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아 1차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된 곳들이다.

앞서 SK와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협력사에 대한 ESG 진단을 벌여왔다. 진단 등급별로 협력사들은 각각 1.2~2% 포인트 이자를 감면한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특히 최우수 등급을 받거나 ESG 등급 상승률이 높은 협력사에 대해서는 SK의 추가 지원을 통해 무이자 대출도 가능하게 했다.

SK에 따르면 1000여 개가 넘는 ESG 진단대상 협력사 중 45%가량 진단을 완료했다. 각 협력사는 부여받은 등급별로 대출 신청에 나서고 있다. 올 연말까지 ESG 관련 대출은 최대 수백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에 금융지원을 받은 ㈜다솜이엔씨 김윤원 대표는 "국내외 공급망 상황 등에 따라 ESG경영은 중소기업에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대출금리 지원뿐 아니라 ESG 교육 및 전략수립에 이르기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협력사들의 지속가능경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협력사 아니라면

대기업 협력사는 아니지만 ESG경영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국내 시중은행이 출시한 ESG 관련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은 중소기업 ESG 컨설팅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ESG 경영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이달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연계대출상품인 '하나 ESG 지속가능연계대출(SLL형)'을 출시해 5000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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