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앙상한 사자, 새 보금자리 찾았다

  • 박연정 기자
  • 2023.07.03 16:26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한 수사자.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한 수사자.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건강상 문제가 제기됐던 수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이관된다.

청주동물원은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의 열악한 시설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갈비뼈가 다 보여 일명 '갈비뼈 사자'라고 불렸던 수사자를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이관한다고 2일 밝혔다.

부경동물원에서 청주동물원까지 거리는 대략 270㎞ 정도로,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시간이 넘는 장거리다. 청주동물원은 무더운 날씨에 사자가 탈진하지 않게 에어컨이 달린 트럭에 사자를 태워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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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자는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 무렵 부경동물원으로 이관됐다. 사자 나이로 20살이지만, 인간 나이로는 100살에 가까운 고령이다. 부경동물원에 따르면, 수사자는 암사자와 함께 지내다 암사자가 죽은 후 홀로 지내왔다.

동물들이 살고 있는 콘크리트 바닥. (사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공식 인스타그램)/뉴스펭귄

이번 6월 김해시청 홈페이지 '다량민원게시판'에 부경동물원의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는 글이 연달아 게재되며 부경동물원의 실태가 수면 위로 올랐다. 6월에만 부경동물원 관련 글이 30여 건이나 올라왔다.

동물원을 방문한 시민들은 부경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시민들이 게재한 사진에는 삐쩍 말라 갈비뼈가 다 보이는 사자, 동물들이 갇혀 있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 털 관리가 하나도 안 된 양 등이 담겨있어, 동물들의 건강관리가 의심된다.

또 '동물들이 먹이 체험을 통해서만 먹이를 섭취하는 것 같다', '동물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게재되며, 부경동물원에 관한 대책이 시급한 상태다.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확인한 결과, 실제 동물원에는 사자뿐 아니라 뱀, 새, 호랑이, 표범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털 관리가 전혀 안 된 양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털 관리가 전혀 안 된 양.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털 관리가 전혀 안 된 양.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양은 지속적으로 털을 밀어줘야 한다. 장기간 털을 밀지 않으면 피부가 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름같이 습한 계절엔 털이 습기를 머금어 탈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런데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부경동물원 속 양들은 언제 털 관리를 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인터뷰에서 "수사자뿐 아니라 부경동물원에 남아있는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그들은 좁고 딱딱한 콘크리트에서 생활하며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산다.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도는 등 정형행동도 많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따르면, 부경동물원 측은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동물학대는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수년 전부터 동물원 관리의 미흡함을 지적하며 동물원 관리를 위한 법률 제정을 요구해 왔다. 이로 인해 2016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언적인 규정만 존재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동물원수족관법에서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을 공급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등 적정한 서식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종별로 제공해야 하는 세부적인 사육 환경과 관리 기준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히 올해 12월, 이러한 내용을 보완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동물원은 누구나 동물원 운영을 할 수 있는 '등록제'가 아닌 관할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운영된다. 운영 허가를 받기 위해 △보유동물 종별 서식환경 △전문인력 △보유동물의 질병·안전관리 계획 △휴·폐원 시 보유동물 관리계획 등에 관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다 해도 기준에 맞게 시설을 개설하는데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동물원의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한 수사자.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앙상한 수사자. (사진 김해시청 '다량민원게시판')/뉴스펭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관계자는 "개정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바로 동물원의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동물원은 수사자 외 뒷다리를 심하게 저는 말 한 마리도 함께 이송한다. 

청주동물원은 동물을 가둬 구경시키는 것을 지양하며, 야생에서 구조한 동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역할을 중시한다. 청주동물원은 환경부 '생물자원보전시설 설치사업' 지원을 받아 갈 곳 없는 많은 동물들을 치료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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