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리튬 확보 경쟁, 환경문제 없을까

  • 김지현 기자
  • 2023.06.29 18:19

전기차 제조사, 리튬 공급 부족에 확보 경쟁 심화
리튬 채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 발생

리튬 채굴 광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리튬 채굴 광산. (사진 Unsplash)/뉴스펭귄

[뉴스펭귄 김지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원료인 리튬이 부족해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기차 제조사들이 치열한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는 친환경차로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을 생산하는 과정은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리튬 생산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면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핸드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료다. 가장 가벼운 금속 중 하나이기 때문에 리튬을 사용한 배터리도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덕분에 리튬은 ‘하얀 석유’라고 불릴 만큼 희소하고 값비싼 자원이 됐다.

 

전기차 제조사, 리튬 확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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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기업들이 치열한 리튬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튬 생산 속도가 전기차 생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리튬 생산량은 최대 150만 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데 매년 10% 이상 오르는 전기차 수요를 충족하려면 최대 300만 톤의 리튬이 필요하다. 리튬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만큼 공급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에 전기차 제조사와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각국 정부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남미 지역과 교류를 늘리며 리튬 공급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 매장량 56%가 ‘리튬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국경이 맞닿은 곳에 집중돼 있다.

리튬 삼각지대. (사진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리튬 삼각지대. (사진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는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등에 14억 달러를 투자해 리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유럽연합도 지난 13일 아르헨티나 정부와 '리튬 활용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리튬 확보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이차전지 선두주자로 꼽히는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소금호수)에 리튬 추출 공장을 세워 매년 2만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계획이다.

 

환경 파괴하고 수자원 고갈시키는 리튬 채굴

문제는 리튬 채굴이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리튬 약 3분의 2는 광산에서 채굴되는데, 광석을 가공해 리튬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황산과 염산 등 화학물질을 쓰면서 대량의 유독물질이 나온다. 또 리튬을 추출하는 희토류 광석에서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배출된다. 이 물질들은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주변 생태계를 파괴한다.

지난 2020년 9월에는 미국 네바다주 리튬 광산 근처에 무리 지어 핀 꽃이 하룻밤 사이에 시들어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야생동물관리국(UFWS)은 리튬 채굴 과정에서 나온 유해물질이 주원인이라고 보고 해당 광산을 운영하는 채굴업체를 기소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리튬 채굴장.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리튬 채굴장. (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전세계 리튬 약 3분의 1은 염호에서 나오는데,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 염호 리튬은 소금물을 18~24개월 동안 태양빛에 건조한 후 남은 추출물에서 리튬을 빼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리튬 1kg을 생산하려면 소금물 2200리터가 필요하다.

리튬 생산에 이처럼 막대한 양의 소금물이 사용되면서 염호 주변 생태계와 농지가 건조해지고, 지하수가 고갈될 수 있다. 특히 이미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남미 지역에 리튬 생산이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의 물 부족과 수질 오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2022년 4월 아타카마 염호에서 리튬 채굴 사업을 벌인 업체 3곳을 환경파괴로 기소했다. 이들 업체가 소금물을 과도하게 많이 쓰면서 주변 환경이 건조해져 이곳에 서식하던 야생동물과 초목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지하수 고갈과 가뭄을 초래했다는 이유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에 있는 리튬 추출장. (사진 Sierra Club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칠레 아타카마 염호에 있는 리튬 추출장. (사진 Sierra Club 공식홈페이지)/뉴스펭귄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의 반발이 늘자, 전기차 제조사는 폐배터리 재활용 비율을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추출해서 재사용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폭스바겐, 혼다 등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 우려 등으로 인해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률은 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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