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서산서 총상 입은 채 발견

  • 이후림 기자
  • 2023.06.16 17:52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종 큰기러기가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서산 주변 지역에서 구조한 큰기러기 몸속에서 산탄총 납탄 5알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큰기러기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불법포획·채취·유통·보관 등 행위가 엄격히 금지된 보호종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16일 <뉴스펭귄>에 전한 내용에 따르면 총상을 입은 큰기러기는 탐조하던 한 시민에 의해 13일 최초로 발견됐다. 큰기러기 한 마리가 논에서 날지 못하고 날개가 들린 채 이상한 모습으로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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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당시 피해 개체는 날개를 푸드덕거리거나 뛰고 걷는 것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날지는 못하는 상태였다. 구조팀은 큰기러기가 날개 이상으로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총상을 입고 구조된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구조 후 방사선 촬영 결과 날개 이상의 원인이 밝혀졌다. 좌측 오훼골 심부와 옆구리 표층, 우측 대퇴 근처 심부, 항문 좌측, 흉근 좌측 아래 등 큰기러기 몸에 무려 납탄 5알이 박혀 있었다.

구조팀은 피부 가까이에 있는 납탄은 피부를 절개해 몸 밖으로 빼놓고, 납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해독약을 투여하며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심부에 남아있는 납탄을 제거하기 위해선 피부 절개 대신 보다 침습적인 처치를 고려하고 있다.

큰기러기 몸에 박힌 납탄 5알.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큰기러기 몸에 박힌 납탄 5알.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측은 "의도인지 실수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오락이나 식용 목적 등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유해야생동물로 착각해 실수로 포획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애초에 큰기러기와 유해조수를 구분 못하는 사람이 유해조수 포획 작업을 하는 점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총상을 입은 큰기러기는 현재 골격계 문제는 없지만 기력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치료 후 살아남는다면 올가을인 9월쯤 방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사건이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조팀은 "총을 맞은 야생동물은 일반적으로 현장에서 도망쳐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정확한 총기 사용 현장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사고 대부분이 CCTV가 없는 농경지 혹은 산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범인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큰기러기 몸속에서 발견된 납탄.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큰기러기 몸속에서 발견된 납탄. (사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뉴스펭귄

충남야생동물센터에 따르면 야생동물 총상사고는 매년 발생한다. 총상을 입은 큰기러기가 발견된 13일에만 해당 개체를 포함해 고라니, 파랑새까지 총 3개체가 총상으로 구조됐다.

충남야생동물센터는 "국가 차원에서 야생동물 포획을 위한 총기 사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유해조수와 큰기러기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야생동물 포획 자격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 야생동물 관련 시험을 치르게 하거나 벌금을 올리는 등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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