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안돼요' BTS팬 편지에 답장 보낸 현대차

  • 이수연 기자
  • 2023.06.15 18:04
알루미늄 공급 업무협약을 맺은 현대차와 아다로미네랄. (사진 현대자동차)/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BTS를 내세워 친환경 자동차를 홍보하는 현대차가 석탄발전소를 짓는 알루미늄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두고 일부 BTS 팬들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한 가운데, 이들이 보낸 편지에 현대차가 "우려에 공감한다"고 답장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알루미늄 기업 아다로미네랄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시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저탄소 알루미늄을 통한 현대차의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향후 아다로미네랄이 생산할 저탄소 알루미늄을 현대차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협력했다"며 "저탄소 알루미늄은 현대차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탄소 알루미늄은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알루미늄 제련소를 가동해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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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아다로미네랄이 '저탄소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시기는 2029년 이후다. 아다로미네랄은 2025년까지 신규 석탄발전소 2기를 짓는 등 2029년까진 석탄발전을 활용해 알루미늄을 공급한다. 2029년 이후에 일부 수력발전을 추가할 예정이다. 석탄발전은 단일 배출원 중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에 K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은 "현대차가 BTS를 내세워 친환경 자동차를 홍보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석탄발전을 활용해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현대, 석탄 멈춰!' 캠페인을 열고 K팝 팬 1만 명 이상의 청원과 인도네시아 아미(BTS 팬클럽)들이 쓴 편지를 현대차 본사에 전달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알루미늄공사 이날룸(Inalum)이 생산 단가를 고려해 연간 알루미늄 약 25만 톤을 석탄발전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기로 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 본사로 '현대, 석탄 멈춰!' 1만 서명과 편지를 보내는 케이팝포플래닛 인도네시아 캠페이너.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뉴스펭귄
현대차 본사로 '현대, 석탄 멈춰!' 1만 서명과 편지를 보내는 케이팝포플래닛 인도네시아 캠페이너. (사진 케이팝포플래닛 인스타그램 영상 갈무리)/뉴스펭귄

케이팝포플래닛은 현대차에 보낸 편지에서 "BTS와 현대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현대차가 석탄발전으로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아다로미네랄과의 업무협약을 철회하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TS 데뷔 10주년인 6월 13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13일에 맞춰 케이팝포플래닛에 답장을 보냈다. 현대차는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저탄소 원자재 구입 정책으로 아다로미네랄과 업무협약을 맺었다"면서 "케이팝포플래닛의 우려에 깊이 공감하며, 아직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논의해가겠다"고 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수력발전을 이용한 저탄소 알루미늄을 확보하기 위해 아다로미네랄과 비구속적 MOU를 체결했으며 초기 단계인 만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2029년 전까진 석탄발전을 활용한 알루미늄을 공급받는지 묻자 "이외의 부분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박진희 캠페이너는 "현대차가 우리의 요구대로  BTS 데뷔 10주년에 맞춰 답장을 보낸 것은 전세계 K팝 팬들과 젊은 세대를 존중하는 모습"이라며 "현대차의 탄소중립 목표가 무실해지지 않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뉴스펭귄>에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 인도네시아 등 9개 국제 환경단체가 현대차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현대차가 아다로미네랄이 신규 석탄발전소로 생산하는 알루미늄을 매년 최대 10만 톤 정도 구매할 경우 탄소 6%를 간접배출한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등 글로벌 은행들은 아다로미네랄의 이번 알루미늄 제련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을 철회했다.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석탄발전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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